"거래처도 못 갈 실력" 운전 못한 직원 자른 회사…法 "부당해고"

직원이 운전을 잘 못 한다는 이유로 근로 계약을 해지했다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부당 해고 판정을 받은 한 회사가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주식회사 A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사진. 중앙포토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사진. 중앙포토

강구조물(鋼構造物) 공사업체인 A사는 지난해 2월 정규직 채용 공고를 내면서 ‘담당 업무: 무역업무 보조, 수출입 관련 업무, 문서작성, 통관서류관리 등’ ‘우대사항: 운전 가능자’라고 적었다. 이를 본 B씨는 입사 지원 후 면접을 거쳐 회사에 입사했다. B씨는운전면허는있었지만 운전에 능숙하지는 않았다.

 
같은 해 4월 A사는 B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면서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지방에 위치한 거래처를 운전하여 다닐 정도의 운전실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B씨는 100만원을 받고 지출결의서에 자필 서명은 했으나, 이튿날 법무법인을 찾아가 부당해고구제신청 관련 계약을 맺고 구제신청을 냈다.

 
같은 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지노위)는 “이 사건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지노위와 같은 취지로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사가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소를 제기했다.


 
행정법원 역시 중노위 판정이 옳다고 판단했다. “채용 공고에 ‘운전 가능자’가 우대사항으로 기재돼 있기는 하나 운전 가능 여부는 우대사항에 불과할 뿐 근로계약의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없으며 B씨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 운전 가능자이기도 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A사의 규모나 급여 수준, B씨가 담당했던 주된 업무 내용에 비춰 보면 B씨를 영어 등 다른 능력을 이유로 채용하고 운전 능숙도 여부는 부차적으로만 고려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B씨는 채용과정에서 ‘초보운전이다’라고 대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권고사직에 B씨가 동의한 것”이라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B씨가 통보 당시 즉각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직후 바로 변호사를 통해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며 “B씨는 통보를 해고 의사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100만원을 수령한 데 대해서도 “기존 근무에 대한 급여 명목으로 지급됐다고 할 수 있다. B씨가 근로계약 종료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근로계약은 B씨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통보로 종료돼 해고에 해당하고 그 방식이 근로기준법 27조(해고 사유 서면 통지)에 위배하여 위법하다”며 “이와 판단을 같이 한 중노위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