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효자네"…마포구 어르신들 감동시킨 '효도밥상'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경로당에서 열린 주민참여 효도밥상 제공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경로당에서 열린 주민참여 효도밥상 제공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는 다소 특이한 공장이 하나 있다. 바로 반찬을 만들어서 무료로 배달하는 공장이다. 대형 냉장고·솥과 제빙기, 저온저장고 등을 갖춘 이 공장에서 조리한 500인분의 반찬은 분홍색 배달 트럭에 실려 효도밥상에 오른다.  

효도밥상은 소득과 관계없이 7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마포구가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 식사다. 마포구가 전국 자치구 최초로 도입했다. 서울 마포구가 최근 효도밥상 급식기관 6곳을 추가로 개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마포구 관내 44개 급식기관에서 약 1500명의 어르신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게 됐다.

효도밥상 급식기관 44개소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경로당에서 열린 주민참여 효도밥상 제공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건강 검진 후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경로당에서 열린 주민참여 효도밥상 제공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건강 검진 후 점심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뉴스1]

효도밥상의 특징은 식사를 매개로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급식기관에 가면 혈압·당뇨 등 기본 건강 체크는 물론 고령자에게 쉽지 않은 법률·세무 등 상담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덕분에 “효도밥상 급식기관을 이용한 어르신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일상에서 활력·건강을 찾는 데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마포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마포구 용강동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은 평소 효도밥상을 거의 매일 이용하면서 자녀들에게 효도밥상이 “효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사망한 이후 자녀들은 장례 부조금 중 100만원을 효도밥상에 기탁했다. 권동희 마포구 어르신정책팀장은 “효도밥상을 이용하던 어르신의 자제분이 평소 ‘효도밥상이 자식보다 낫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조의금 일부를 기탁한다고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합정동 2호점에서 효도밥상을 이용하던 김 모(75) 씨는 얼마 전 길을 걷다가 넘어져 병원에 입원했다. 매일 같이 김 씨와 효도밥상을 이용하던 5명의 노인은 독거노인이던 그를 간호할 가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김씨가 입원한 2주일 동안 매일 돌아가며 김 씨를 간호했다.  

김 씨는 “효도밥상이 아니었다면 외롭고 힘들게 투병생활을 했을 것”이라며 “효도밥상에서 만난 분들 덕분에 무사히 치료했다”고 말했다.

75세 이상 식사 무료 제공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서울 마포구 마포여성동행센터 효도밥상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 마포구]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서울 마포구 마포여성동행센터 효도밥상 개소식에 참석했다. [사진 마포구]

지난 24일 추가로 문을 연 효도밥상 급식기관은 대흥동 태영아파트 경로당과 신수동 익수경로당, 대흥동 마포여성동행센터다. 여기에 다음 달 11일에는 노고산동 신촌로경로당, 합정동 합정경로당,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10단지 경로당에서 효도밥상을 만날 수 있다.

이로써 효도밥상 급식기관은 총 44개소로 늘었다. 여기서 매일 1500여명의 어르신이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다. 마포구는 2025년까지 효도밥상 수혜 인원을 최대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효도밥상 급식기관이 꾸준히 늘어나는 건 마포구가 지난 4월 효도밥상 반찬 공장을 직접 설립하면서다. 마포구는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많은 노인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조리시설을 만들었다. 효도밥상 반찬 공장은 당일 조리한 신선한 국·반찬을 각 급식기관에 전달한다. 덕분에 조리시설이 없는 경로당이나 종교시설에서도 어르신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마포구 동주민센터 옥상·유휴공간에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여기서 기른 신선한 채소를 효도밥상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한 마포구 ‘흙한줌푸마시 봉사단’ 봉사자들이 인근 주말농장 일손을 돕고, 농장주는 농작물을 효도밥상에 기부하는 사업도 운영한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태영아파트 효도밥상 개소식. [사진 마포구]

서울 마포구 대흥동 태영아파트 효도밥상 개소식. [사진 마포구]

대통령 “우수 복지행정 사례”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효도밥상을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쌈지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효도밥상을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마포구 관계자는 “효도밥상을 100% 세금으로 운영하면 예산이 많이 들어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마포구는 효도밥상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역 주민·기관·단체의 기부로 재원을 상당 부분 마련하고, 자원봉사자가 힘을 보탠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생토론회에서 마포구 효도밥상을 우수 복지 행정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이후 다수의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앞으로도 반찬공장과 급식기관을 확대해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구는 민선 8기 핵심 정책 중 하나로 각종 사업에 ‘효(孝)’를 강조한 ‘효도 도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효도밥상도 효도 도시 정책 중 하나다. 효도밥상 등 노인 복지 정책을 추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 2일 제28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로부터 ‘노인복지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