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뿐이 아니다. 중앙일보가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영업 중인 전국 주유소 전수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전국 휴·폐업 주유소는 303곳에 달했다. 하루 0.8개꼴로 주유소가 문 닫는 셈이다. 최근 5년 새 연 평균 145개씩 주유소가 폐업했는데, 올해 더 빨리 더 많은 주유소가 사라진 것이다. 2019년 1만1700개였던 주유소는 현재 1만776개까지 줄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60곳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서울도 동대문구 3곳, 강남구 2곳을 포함해 올해 총 18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저가 경쟁에 손발 든 주유소
저가경쟁으로 마진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난 것도 주유소 폐업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제 주유소 사업 자체는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사업을 이어가는게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불경기도 영업의 어려움에 한몫한다. 서울시 마포구 한 주유소의 박모 소장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다 힘드니 주유소도 어려워지는 것이다”라며 “배달 오토바이들도 과거보다 콜(주문)이 없어서 매일 오던 고객도 2~3일에 한 번씩 오고, 화물차들도 일거리가 줄어드니 일주일에 2번 오던 손님이 1번으로 줄거나 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유소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1%로 일반 도소매업(3.9%)을 밑돈다.
변화 몸부림
주유소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병행을 하는 식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주유소에는 차 없이 걸어오는 손님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주유소 1층에 위치한 소금빵 카페에 방문하는 손님들이다. 소금빵을 맛별로 한 아름 산 30대 김모씨는 “여기가 인천공항 소금빵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동네에 2호점이 생겨서 와봤다”라며 “예전에 주유소 사무실로 쓰던 장소였는데 어느샌가 빵집으로 바뀐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세차장 운영은 기본이며, 이미 고용한 직원을 활용할 수 있는 무인점포도 인기다. 주유소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선 수익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떤지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개인사업자뿐 아니라 직영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주유소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에서 굴착기 전시를 하거나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폐업 주유소 앞으로 더 증가할 것
주유소 폐업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들이 과거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이사는 “경영이 어려워서 폐업을 하는 경우가 지방에 갈수록 많다. 어려운 주유소들이 폐업 지원 요청도 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중”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2000여 곳, 2040년까지 8500여 곳의 주유소가 추가 폐업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