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에 ‘트럼프 리스크’가 몰아친다.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가 현실화되면서다. NBC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간) 기준 공화당이 모두 435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하원 의원 선거에서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과반인 218석을 확보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내세운 감세와 보편적 관세 등 핵심 공약을 손쉽게 시행할 길이 열린 것이다.  

레드 스위프가 가시화되면서 미국 달러는 1년여 만에 최고가로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ㆍ엔화 등 6개 주요 통화대비 미국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3일(현지 시간) 기준 이달 초(104.28)보다 2.1% 오른 106.48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1월(106.88) 이후 가장 높다. 솟구치는 달러 강세에 엔화와 유로화는 맥을 못 추고 있다. WSJ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11월 14일 기준 엔화가치가 장중 1달러당 156.13엔까지 밀려났다. 넉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엔화값이다. 지난달 초 1유로당 1.1달러였던 유로화는 현재 1.0548달러까지 하락했다. 내년엔 유로화가 ‘패리티(1달러=1유로)’까지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도 트럼프 당선으로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다. 글로벌 암호화폐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4일(현지 시간) 새벽 1시 15분 한 개에 9만3409달러(약 1억3115만원)까지 올랐다. 7만5000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트럼프 당선 직전과 비교하면 일주일 여 만에 25% 뛰었다. 다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변동성도 커진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8만9742달러로 9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된다.

‘트럼프 리스크’에 한국 금융시장이 연일 휘청이자 정부가 ‘구두개입’에 나섰다. 1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우엔 적극적으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히 시행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진화에 나섰으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1406.6원)보다 1.5원 상승한(환율은 하락) 1405.1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07% 올라 간신히 2410선을 지켰지만,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만원대로 추락했다. 4만원대로 내려간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