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을 30%에서 24%로, 삼성전자가 설비 자산의 중국 비중을 8%에서 5% 이하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두 회사 최근 7개 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트럼프 2기 반도체 기업의 최대 화두인 ‘탈(脫) 중국’에서 양사가 진도를 낸 것이다. 다만 삼성은 ‘미국 매출 확대’, SK는 ‘중국 밖 생산기지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美 매출 급증에 中 비중 얕아진 SK하이닉스, 고민은 ‘첨단 D램’
그러나 여전히 중국 내 생산 비중은 높은 편이다. 올 3분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비유동 자산은 11조816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17조4500억원보다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회사 전체 비유동 자산의 19%에 해당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생산 법인을 세우는 등 이 기간 미국 내 자산을 늘렸지만(4823억원→5560억원), 비중은 적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0% 가량을 생산하는데, 미국의 대중국 규제 때문에 이곳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첨단 장비를 들일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EUV 작업이 필요한 첨단 D램은 중국에서 국내로 실어와 EUV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D램 중에서도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 NA EUV’를 10나노 미만 D램 개발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역시 중국 반입이 불가능한 장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D램으로 갈수록 EUV 사용 단계가 늘어나기에, ‘EUV 못 쓰는 중국 공장’에 대한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충북 청주에 5조3000억원을 들여 신규 D램 생산기지를 짓고 있는데, 준공은 내년 11월 예정이다.
中 자산 비중 5% 이하 삼성, 숙제는 ‘미국 매출’
반면, 이 기간 삼성전자의 미국 내 비유동 자산은 15조1671억원에서 24조3779억원으로 61% 늘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8%에서 11.2%로 커졌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면 이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전사 매출의 30%가 중국에서 나온다는 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지역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지만, 중국 내 스마트폰·가전 매출이 크지 않아 중국 매출 대부분이 반도체로 알려져 있다. 지난 3분기 회사 전체 중국 매출은 17조822억원, 반도체 부문 매출은 29조2700억원이었다. 중국 매출이 모두 반도체라면 중국 비중이 반도체 매출의 58% 이상이란 의미다.
삼성전자 중국 매출은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매출을 넘어섰고, 지난 2분기에는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미국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메모리를 대량 구입한 영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메모리 회사가 구형 메모리에서부터 빠르게 기술 자립을 이루고 있으며,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최근 실적발표에서 이를 위험 요소로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HBM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시행된다면, 삼성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구형 메모리는 중국 현지 업체에 밀리고, 구세대 HBM은 대중 제재로 중국에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북미 테크 기업에 최신 HBM을 납품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美 공장 속도 낸 TSMC, 인텔보다 먼저 보조금 타내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12월 6일로 예정했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완공식을 일단 취소하고 행사를 트럼프 대통령 취임(내년 1월 20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을 함께 초청한다는 기존 계획에서,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살핀 뒤 신임 대통령만을 주인공으로 하는 행사를 여는 쪽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