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발목잡기 우려'에 상법 개정 신중론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에 대해 정부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주주 보호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엔 기업 경영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기획재정부‧법무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합병이나 물적 분할 등에 있어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다시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사례 등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만큼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뜻이다. 합병가액 선정방식을 다양화하고 적절성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금융위는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비계열사 간 합병에서 합병가액을 기준시가에 근거하지 않고 외부평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더해 계열사 간 합병에 있어서도 합병가액 산정에 있어서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현행법상 회사로 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본다.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견 수렴, 해외 사례에 대한 분석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만 국내 투자자가 주식 시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은 한계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조금 더 논의해야 한다”면서도 “법을 개정하려면 이사회가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느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합병가액 등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떤 것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 달 중순에 입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