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때만 해도 유럽 소비자들에겐 관심 밖 일이었다. 유럽 내 중국 자동차 점유율이 0%였다. 하지만 10년 뒤 중국 차의 위상은 달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 신차 판매 중 중국 차 점유율은 18.2%에 달한다.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전기차의 힘이다. 그동안 유럽 시장을 공략해온 한국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차와 이제 전 세계 곳곳에서 직접 경쟁해야 한다.
중국 첨단산업의 높아진 수출경쟁력은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수출경쟁력의 지표가 되는 무역특화지수를 산출한 결과, 올 1~8월 기준 한국은 25.6, 중국은 27.8로 나타났다. 무역특화지수는 수출입 통계 등을 활용해 산출하는 값으로, 단순 기술경쟁력을 넘어 가격·기술경쟁력 등을 종합해 세계 시장에서 각국 수출 제품의 매력도를 따진 지수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하더라도 한국은 29.9였고, 중국은 11.8에 불과했다. 2022년 역전된 이후 3년 연속으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전기와 기계 부문은 2014년에도 한국이 중국에 뒤졌지만, 지금은 그 격차가 극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졌다. 특히 전기 부문에서 한국의 무역특화지수가 24.7에서 5.3으로 급락할 때 중국은 41.8에서 68.5로 더 높아졌다. 화학의 경우엔 한국이 아직까진 앞서고 있지만, 중국의 상승 속도는 빨랐다. 한국은 2014년 23.4에서 올해 32.3으로 높아졌는데, 중국은 -20.5에서 8.8로 높아졌다. 중국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자산 매각에 나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배경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중국의 화학 부문 무역특화지수는 2022년부터 +(순수출)로 전환됐는데, 한국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시작된 시기와 일치한다.
중국 R&D 비용 연평균 18% 늘어
중국의 첨단산업 수출경쟁력 상승은 한국의 대(對) 중국 무역적자의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6월 보고서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에서 “중국은 자국 기술 수준 향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로부터의 중간재·최종재 수입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중국 점유율은 2013년 13%에서 지금은 1% 안팎으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2016년 114만대에서 지난해 24만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고서 ‘중국 성장구조 전환과정과 파급영향 점검’에서 “향후 우리 경제는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에선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변화된 상황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