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요청에…은행권 지난해 수준 자금 출연 논의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관심을 끈 지원 금액은 일단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맞춰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은행연합회 20개 사원 은행 중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약 2조원의 사회 공헌 자금을 마련했다. 재원 부담은 은행별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나눴다. 이익을 많이 낸 은행이 더 내는 방식이었다. 총 2조원의 재원 중 1조6000억원을 개인사업자 187만명의 이자를 환급하는 데 썼고, 기타 취약층에는 400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지원 금액도 지난해와 유사한 2조원 안팎에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분담해 약 1조8000억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아직 확정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은행권 논의 과정에서 더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분담 자금을 은행들이 지난해처럼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나눌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취약 소상공인 ‘선별 지원’에 초점

지난해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 뉴스1
지원 방식은 주로 이자 환급에 지원 내용이 맞춰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채무 조정 같은 다른 방식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분담하기로 한 자금 범위 내에서 고객들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해 주는 방식을 취했지만, 올해는 ‘취약 소상공인 지원 자금’을 은행들이 함께 모아 다양한 방식에 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내수 부진 늪에 은행권 ‘SOS’ 또 요청
특히 최일선에서 내수 경기를 체감하는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벼랑 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753조8000억원으로 1년 새 9조9000억원이 급증했다. 역대 2분기 기준 가장 많다. 같은 기간 이들의 연체액(13조9000억원)과 연체율(1.85%)도 역시 2분기 기준 최대다.
경기 부진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쓸 수 있는 지원책도 마땅치 않다. 세수 부족으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쓰기도 어렵고, 부동산 가격과 환율 불안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기도 힘들어서다. 결국 정부가 민간 기업인 은행에 손을 벌리는 상황에 또 몰린 것이다.
“은행 사회공헌 압박, 경영 자율 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익이 났다고 해서 은행들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반복되면, 경영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 이익도 훼손하게 된다”며 “다만 최근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는데, 지원금은 정말 필요한 곳에 제한적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