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시 사실 아님" 해명 공시 올 270건…사상 최대치 찍었다 [기업 뒤흔드는 지라시]

 LS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상장사가 각종 소문이나 허위 지라시(정보지) 관련해서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한 공시 수가 270건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LS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상장사가 각종 소문이나 허위 지라시(정보지) 관련해서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한 공시 수가 270건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올해 상장사의 ‘풍문’ 관련 해명 공시가 270건으로 역대 최대로 급증했다. 2일 LS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상장사가 각종 소문이나 허위 지라시(정보지) 관련해서 '사실무근'이라며 해명한 공시 수가 270건(중복 공시 포함)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해명 공시 건수(258건)를 넘어선 데다 100건 안팎이던 4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거래소가 2015년 7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다. 

가짜 정보지나 풍문의 가장 큰 문제는 소문의 중심에 선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허위 정보에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주주도 금전적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풍문도 허위 정보로 드러나면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에 소문을 믿은 투자자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유동성 위기’ 관련 소문에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롯데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라시를 통해 소문이 퍼진 지난달 18일 롯데지주(-6.6%)를 비롯해 롯데케미칼(-10.2%), 롯데쇼핑(-6.6%) 등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날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 관련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 공시했다. 하지만 투자자 불안 심리에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다. 

특히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풍문이나 지라시에 더 취약하다. 2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의 경우 지난달 ‘경쟁사가 특허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내용의 지라시가 돌면서 지난달 15일부터 6거래일 동안 34% 폭락했다.  

여의도 풍문이나 지라시에 상장사 주가가 휘청이는 것도 한국 증시의 저평가(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는 “풍문이나 지라시에 주가가 요동치고, 상장사의 풍문 해명 공시가 급증하면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감독 당국과 거래소는 엄격하게 허위 풍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허위 풍문이나 지라시 유포를 막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행 자본시장법 체계상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거나 시세변동을 꾀할 목적으로 풍문을 유포한 경우에 한해 ‘부정거래’로 처벌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풍문이나 지라시 등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조사하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하거나 혐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구체적인 상품 매매나 시세차익 등의 증거가 없으면 지라시 유포만으로는 처벌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효율적인 불공정거래 조사는 초동 단계에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통신조회권 같은 조사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