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높아지며 서해안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유통 업계와 음식점은 귀한 몸이 된 꽃게 모시기에 분주해졌다. 정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수산물 수급 대책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가을까지 이어진 늦더위에 서해안 꽃게가 자취를 감췄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올해 인천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은 최근 5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형 마트와 음식점은 ‘귀한 몸’이 된 꽃게 확보에 분주해졌다.
3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지난 봄 어기(4~6월)와 가을 어기(9~11월)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93만1000㎏으로, 100만㎏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2019년(72만1000㎏) 이후 처음이다. 인천의 연평어장은 국내에서 꽃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시·도별 꽃게 어획 비중은 인천(34.3%)이 가장 많았고, 충남(33.3%)·전남(15.5%)·전북(13.9%) 순이었다.
올해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이 줄어든 건 지나치게 뜨거워진 가을 바다 탓이다. 따뜻한 바닷물(17~30도)을 좋아하는 꽃게는 매년 가을이 되면 차가운 바닷물(저층냉수)을 피해 인천 연평어장에 몰렸다. 지난해 가을 어기엔 연평어장 수온이 평년보다 1~1.5도 가량 높았는데, 꽃게가 선호하는 온도라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이 175만8000㎏에 이를 정도로 풍년이었다.
하지만 올 가을은 늦더위가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수온이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영향으로 꽃게가 서해 연안에 넓게 퍼지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수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서해 저층냉수가 육지 가까이 유입되지 않아 서해안 가을 수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라며 “꽃게 어장이 한 곳에 모이지 않고 널리 분포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라고 분석했다.
인천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이 줄자 대형 마트는 충남 태안, 전북 부안 등 산지를 다양화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꽃게를 고르는 모습. 연합뉴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서해 연안의 월평균 수온은 22.5~29.1℃(도)로 평년보다 2~4도 높았다. 올해 전국 고수온 특보는 지난 7월 24일부터 지난 10월 2일까지 71일 동안 이어져 2017년 특보 체계를 도입한 이후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이에 지난 가을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은 30만8000㎏으로 전년 동기(133만3000㎏) 대비 76.9% 줄었다. 봄 꽃게 어획량이 62만2000㎏으로 전년 동기(42만5000㎏) 대비 46.4% 늘어난 것과 대비됐다.
유통 업계와 음식점은 ‘귀한 몸’ 꽃게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충남 태안, 전북 부안 등 꽃게 산지를 다양화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간장게장 음식점을 운영하는 황모(52)씨는 “식당에선 자망(그물)으로 잡는 큰 꽃게보다 통발로 잡는 작은 꽃게를 많이 쓰는데, 이번엔 통발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라며 “중간 크기의 꽃게 가격이 1년 새 ㎏당 1만원 이상 올라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수산물 수급 대책을 연내에 마련하겠단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0월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정부는 기후 변화에 따른 수산물 수급 대책을 연내에 마련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9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수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온 상승과 어족 자원 변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연내에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