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4000억 '패닉셀'…이 와중에 치솟은 한동훈주-이재명주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하루 만에 4000억원을 ‘공황 매도’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 떨어진 2464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개장 직후 2400선 아래로 급락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회복세를 보이며 하락폭을 좁혔다. 코스닥 지수 역시 이날 1.98% 떨어진 677.15포인트를 기록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09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50억원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3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하루 만에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도세에 달러당 원화값은 1440원까지 폭락(환율상승)했다가 계엄해제 뒤 진정세를 보여 141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대부분 종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2.02%), POSCO홀딩스(-0.91%) 등 2차전지주는 물론이고 현대차(-2.56%) 등 자동차주, 삼성바이오로직스(-0.62%)과 셀트리온(-2.09%) 등 바이오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에선 삼성전자가 0.93%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1.88% 오르며 희비가 갈렸다.  

대왕고래·밸류업 타격…정치테마주 ‘불기둥’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주목받아 온 정책주들의 타격이 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정부 정책이 사실상 구심점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대왕고래’ 관련주로 꼽히는 한국가스공사는 전일 보다 18.75%,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2.62% 폭락했다.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인 KB금융(-5.73%), 신한지주(-6.56%) 등 금융주도 일제히 미끄러졌다.

 
반면 ‘한동훈 테마주’로 불리는 대상홀딩스(29.94%), 덕성(20.81%) 등과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형지엘리트(29.95%), 일성건설(29.89%) 등은 20% 이상 폭등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간밤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도 한국 테마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는 급락세를 보였다. MSCI 한국 지수(국내 중대형주 98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티커 EWY) ETF는 장중 7.1%까지 떨어지다가 -1.6%로 마감했다.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장중 -4.6%까지 낙폭을 키웠고,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쿠팡과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 DR 우선주 역시 각각 -3.74%와 -3.3% 하락했다. 비트코인 역시 국내 거래소에서 최대 33.9% 하락하면서 한국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싼 ‘역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기도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국거래소는 당초 4일 휴장을 검토했으나, 이날 새벽 1시와 아침 7시 두 차례에 걸쳐 정은보 이사장 주재로 비상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한 끝에 정상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 및 거래상황, 환율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선 최대한 신속하게 정치적 해결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가 빨리 해소되면, 증시도 바닥을 빨리 다질 수 있다. 정치 리스크가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느냐에 외국인 자금이탈 확대 가능성이 달려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와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수출 등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미국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