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090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50억원을 팔아치웠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오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3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하루 만에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매도세에 달러당 원화값은 1440원까지 폭락(환율상승)했다가 계엄해제 뒤 진정세를 보여 141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 대부분 종목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2.02%), POSCO홀딩스(-0.91%) 등 2차전지주는 물론이고 현대차(-2.56%) 등 자동차주, 삼성바이오로직스(-0.62%)과 셀트리온(-2.09%) 등 바이오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에선 삼성전자가 0.93%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1.88% 오르며 희비가 갈렸다.
대왕고래·밸류업 타격…정치테마주 ‘불기둥’
반면 ‘한동훈 테마주’로 불리는 대상홀딩스(29.94%), 덕성(20.81%) 등과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형지엘리트(29.95%), 일성건설(29.89%) 등은 20% 이상 폭등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간밤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도 한국 테마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는 급락세를 보였다. MSCI 한국 지수(국내 중대형주 98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티커 EWY) ETF는 장중 7.1%까지 떨어지다가 -1.6%로 마감했다. 코스피200 야간 선물은 장중 -4.6%까지 낙폭을 키웠고,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쿠팡과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 DR 우선주 역시 각각 -3.74%와 -3.3% 하락했다. 비트코인 역시 국내 거래소에서 최대 33.9% 하락하면서 한국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싼 ‘역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최대한 신속하게 정치적 해결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가 빨리 해소되면, 증시도 바닥을 빨리 다질 수 있다. 정치 리스크가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느냐에 외국인 자금이탈 확대 가능성이 달려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와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가 단기적으로 수출 등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일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미국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