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대응책을 내놓은 곳은 한국야구위원회(KBO)였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두 개의 굵직한 프로야구 행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에선 KBO가 주재하는 윈터미팅이 열릴 계획이었다. 10개 구단의 프런트 실무진이 참석하는 자리로 2019년 이후 처음 열리는 행사라 기대감이 컸지만, 때 아닌 비상계엄으로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날 경기도 포천시의 한 골프장에선 제41회 야구인 골프대회가 이른 아침 티오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3일 늦은 저녁 취소 공지가 전달됐다. 행사를 주관하는 KBO와 주최사는 다음날 일찍부터 참석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움직여야 하는 점을 고려해 빠르게 취소를 결정했다.
겨울스포츠 종목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한국농구연맹(KBL)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한국배구연맹(KOVO)은 4일 경기를 취소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일부 종목은 긴급회의까지 준비했지만, 새벽 사이 비상계엄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경기는 그대로 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문의가 쇄도해 각 주관단체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축구계도 비상계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일단 대한축구협회(KFA)는 4일 K3·K4 시상식을 별 탈 없이 치렀다. 한때 시상식 취소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비상계엄이 해제되며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8일 전북 현대와 서울 이랜드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지난 40년 넘게 전례가 없던 비상계엄으로 업계 구성원들이 모두 긴장해야 했다. 비상계엄을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이 거의 없고, 관련 규정도 전무해 쉽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단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정국이 불안정해 당분간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