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탄핵 남발해 계엄" 반복…한동훈 "대화 진전 없었다"

108석 소수 여당 국민의힘은 늘 위기였으나, ‘12·3 계엄 사태’로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 놓였다.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하면서, 당 전체가 갈림길에 선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며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4일 오전 긴급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원총회 참석자들의 표정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전날 계엄 직후 “위헌적 계엄 선포”라며 계엄 해제에 앞장섰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내각 총사퇴 ▶국방장관 해임 등 관련자 책임 추궁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요구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국민의 자유와 민생 활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의힘 정신에 명백하게 위배됐다”며 “국민의힘이 위기를 수습하고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당 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장관의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데 있어선 당내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내각 총사퇴와 윤 대통령 탈당 요구 문제였다. 특히 야당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논의가 복잡해졌다. 의총에선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 중이라 직무정지 상태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각마저 없으면 대한민국은 ‘올스톱’이 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을 둘러싸고는 격론이 오갔다. 친한계는 “탈당이 금기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친윤계 반대가 거셌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탈당하면 우리가 여당도 야당도 아니게 되는 것”이라며 “정권을 잘 지키는 게 재창출하는 길이다. 우리를 위해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겠냐. 지지층을 봐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친한계 6선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탈당 요구에 30% 정도는 찬성하고, 나머지 70%는 반대가 많다. 상당히 당이 좀 심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 총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반면, 야당의 탄핵안에 대해선 친한·친윤계를 막론하고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안철수 의원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실 것을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소수 의견에 가까웠다고 한다.

특히 일부 중진은 2016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직후 당이 몰락했던, 이른바 ‘박근혜 트라우마’를 거론하며 “당시는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국민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탄핵의 결과는 너무 혹독했다”고 말했다. 친한계 역시 신중했다. “한 대표가 배신자 프레임에 빠지거나, 보수 진영이 갈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SNS에 “이재명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현 정부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특검을 받더라도 대통령 탄핵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탄핵 표결은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원내지도부가 단속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와 관계 장·차관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곧바로 결론을 도출하는 대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방문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들과 머리를 맞댔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날 오전 국무위원과 논의를 마친 한 총리를 찾은 것이다. 고위 당정대 회의에선 한 대표가 거듭 대통령 탈당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고 한다. 이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한 총리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나 약 1시간 30분 동안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과 5선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도 배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폭거를 하니 비상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며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국회에 투입된 여야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한 계엄군 '체포조'에 대해서도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군이 그랬다면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위반이니 그러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주변에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인데, 대화에 어떤 진전이 있을 수 있었겠나”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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