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급물살' 불확실 고조…원화값 장중 1430원 턱밑까지 추락

원화가치가 한때 1430원 턱밑까지 추락했다. 대통령 탄핵 절차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2차 계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4.1원 내린(환율은 상승) 1419.2원에 장을 끝냈다.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는 지난 2022년 11월 4일(달러당 1419.2원) 이후 2년 1개월만에 가장 낮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뉴스1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장 초반 141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띠었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자,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2차 계엄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값이 오전 한때 달러당 1429.2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이후 정부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면서 1410대는 일단 지켰다.

원화 값 하락 폭이 줄긴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정치 변수들이 생기면, 그만큼 경제적 혼란도 커지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떠나면, 원화 약세가 추가로 더 진행될 수 있다. 또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면 원화 약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대외 환경도 환율 방어엔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경제가 독주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더 늦출 수 있어서다. 예컨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이후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 현재 1.75%포인트인 한국과 미국간의 금리 차는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금리 격차가 커질수록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오후 5시 기준 개장 당시(105.732)보다 0.10% 오른 105.82를 기록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아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되었는데 이를 대입하면 내년 1월 18일을 전후로 상황이 진정될 것”이라며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내년 1월 20일이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앞으로의 강달러 시기에 원화 절하 폭이 다른 나라보다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는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은 비교적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경제·금융 수장 모임인 ‘F4(Finance 4)’ 회의를 가지고 “금융·외환시장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시장 안정 조치 등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볼 때도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적·제한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글로벌 신용평가사도 이와 유사한 입장”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F4 회의 이후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별도로 주재하고 최근 상황과 상관없이 정책 추진을 흔들림 없이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원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 현재 추진 중인 과제를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도 차질없이 이행해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는 한편, 글로벌 거래 관행에 부합하도록 외국인 투자 환경을 지속 개선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