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광이 보물이었네…광천 새우젓 숙성 비결, 국가유산 됐다

충남 광천에서 생산하는 새우젓은 폐금광이던 토굴에서 숙성시킨다. 연중 14~15도와 85%의 습도를 유지하는 토굴에 보관한 새우젓은 감칠맛과 식감·향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광천 새우젓을 숙성·발효시키는 가공업이 최근 국가중요어업유산에 지정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가공업을 국가중요어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새우젓을 숙성·발효하는 토굴 내부 모습. [사진 충남도]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가공업을 국가중요어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새우젓을 숙성·발효하는 토굴 내부 모습. [사진 충남도]

충남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강릉창경바리어업(강원 강릉시)과 광천토울새우젓가공업(충남 홍성군), 삼천포죽방렴어업(경남 사천시)을 국가중요어업유산(제14~16호)으로 각각 지정했다.

폐금광 활용 새우젓 숙성·발효…충남 첫 지정

제15호로 지정된 광천토굴새우젓가공업은 자체적으로 수분을 생산하는 풍화암 재질의 친환경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발효하는 것을 말한다. 충남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이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공업 분야에서 지정된 것도 광천토굴새우젓 가공업이 최초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2018년부터 순수어업으로 한정된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대상을 가공업까지 확대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해수부 지난 8월 관련 지침을 변경, 지정 대상을 가공업까지 허용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가공업을 국가중요어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광천시장에서 판매하는 새우젓 모습. [사진 홍성군]

해양수산부는 지난 1일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가공업을 국가중요어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 사진은 광천시장에서 판매하는 새우젓 모습. [사진 홍성군]

광천토굴새우젓 가공업은 1949년 광천 폐금광에 보관한 새우젓이 부패하지 않고 잘 숙성된다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벼 품종개량으로 쌀 생산량이 늘고, 안강망 등 젓새우잡이 어법도 발달하면서 토굴 역할도 커졌다. 토굴은 저온저장시설이 없었던 시기에 장기간 새우젓 맛을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새우젓 산지로 유명한 신안 전장포에도 한때 폐광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했다. 토굴은 현재 옹암리 상하옹마을 땅 10만㎡에 40개가 자리 잡고 있다.


각 토굴은 폭 1.5m, 높이 1.7m, 길이 100∼200m 규모의 자연 지반으로 형성됐다. 일부는 콘크리트로 정비한 상태다. 토굴 내부는 연중 14∼15도와 85% 수준 습도가 유지된다. 인근 107개 상가가 연간 4300t의 새우젓을 토굴에서 생산한다. 광천읍에서는 해마다 토굴새우젓 축제가 열린다.

광천 토굴 새우젓 '아미노태 질소' 풍부 
광천 토굴 새우젓은 발효식품 숙성도와 품질 지표가 되는 성분인 ‘아미노태 질소’가 풍부하고 감칠맛과 식감·향 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우젓에 들어 있는 비타민은 간 기능 개선과 항혈당 작용, 고혈압 예방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도는 국비 4억9000만원을 포함해 광천토굴새우젓 콘텐트 개발 등을 위한 사업비로 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열린 광천토굴새우젓·조미김 대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 홍성군]

지난 10월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열린 광천토굴새우젓·조미김 대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 홍성군]

충남 광천은 18세기부터 장터가 번성하며 옹암포구(옹암리)가 형성되고 배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어물시장이 형성된 곳이다. 옹암리는 마을 가운데 독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는 이유로 ‘독배’ ‘독바위’ ‘옹암’이라고 불린다. 일제시대에는 안면도를 비롯한 서해안 섬과 육지를 잇는 관문이었다. 

충남도 "지역 수산업 발전 효과 기대" 

충남도 장진원 해양수산국장은 “광천토굴새우젓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지역 수산업이 발전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며 “탄소배출 없이 친환경 냉장·숙성으로 새우젓을 가공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4호로 지정된 강릉창경바리어업은 ‘창경'(窓鏡)’이라는 도구를 이용, 수중에서 맑은 시야를 확보한 뒤 해조류나 저서생물(바닥에 서식하는 수중생물)을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8월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토굴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현장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홍성군]

지난 8월 충남 홍성군 광천읍 옹암리 토굴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현장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홍성군]

제16호인 삼천포죽방렴어업은 연안 좁은 물목에 대나무로 만든 ‘V(브이)자형’ 발을 설치, 물살의 힘에 실려 오는 물고기를 통 안에 가둬 잡는 전통적인 어업방식이다.

해수부, 2015년부터 제주해녀어업 등 15개 지정

해수부는 2015년 제주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유·무형 어업자원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해왔다. 지난해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 제주해녀어업과 제7호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세계중요농어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 홍보 전시관. 사진 홍성군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 홍보 전시관. 사진 홍성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