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노무현 탄핵 때와는 다르다"…韓경제 줄잇는 경고, 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둘러싼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해외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정치적 긴장으로 경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신용도와 해외 투자자들의 원화 자산 선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많은 활동가들과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정치적 여파가 장기화하면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부의 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약세를 보이는 기업과 소비자 신뢰가 약화할 경우 내수에 부담을 주고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도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점치면서 부정적인 충격이 예상되는 국가 목록에 한국을 포함했다. 피치는 8일(현지시간) 브라이언 콜튼 피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12월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며, 캐나다와 중국ㆍ멕시코ㆍ한국ㆍ독일에서 가장 큰 부정적인 충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피치는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내수 리스크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대통령의 단기간 계엄령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신뢰도 및 노동 파업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통해 위험을 가져오지만, 혼란이 얼마나 장기화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과거 탄핵 정국과 달리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혼란한 한국 경제는 내년 성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위험)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당시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탄핵 정국에서) 한국 경제는 2000년 중반의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엔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오히려 외부 역풍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또 사실상의 ‘과도정부(Caretaker Government)’인 현 내각은 금융 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고, 기존 정책을 시행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규모 해외자산(보유액)이 금융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통화 정책 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면 국민연금 자금이 증시에 10조~20조원 상당 배분(투입)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벤트로는 야당의 추가 탄핵안 발의와 과도기 내각 구성 그리고 개헌 논의 등을 꼽았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도 이날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더 불안정한 위기를 막더라도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시위 증가와 더불어 파업과 더 폭력적인 형태의 반대 시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지난 5일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1분기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이 83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관광객들이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로 방한 시기를 미룰 것이며 이런 우려는 음력 설 연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2분기부터 관광객 유치 활동과 위안화 대비 원화 절하 등에 힘입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싱가포르의 인터치 캐피털 마켓의 션 캘로우 수석 외환 애널리스트는 “탄핵 표결 불성립에 대한 일부 실망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된 리스크로 인해 원화의 근본적인 추세는 여전히 하락세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