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7.8원 내린(환율은 상승) 143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다. 종가 기준 4거래일째 연저점을 갱신했다.
시장에선 1450원대 환율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안 통과를 목표로 매주 표결을 시도하겠다고 예고한 데다 윤 대통령 수사 방향을 놓고도 혼선이 계속되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정국 불안 장기화는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재료인 만큼 원화 위험자산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 가치 급락, 주요국과의 금리, 통화가치 변화를 고려해도 짧게 보면 원화 고유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판단한다”며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유지했다. 일각에선 1500원대 환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국은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방안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당국 관계자는 “해외투자자들도 계엄ㆍ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정치와 경제는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