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은행 리스크 없다"지만…중소기업 '대출절벽' 걱정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9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사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점검하고, 기업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자금 운용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장ㆍ거래소 이사장 등 유관 기관장을 비롯해 5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농협) 회장 등이 참석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는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최전방에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ㆍ투자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지주사의 안정성과 (한국) 금융 시스템의 회복력도 적극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고, 공매도 시스템 구축 등 금융정책 현안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금융당국이 적극 시장 진화에 나섰지만, 탄핵 국면 장기화 우려에 금융권도 비상이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은행이 해외기업이나 해외지점서 달러로 빌려준 외화대출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원화가치가 달러당 10원 하락(환율은 상승)하면 약 0.01~0.02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달 들어 원화가치는 주간시장(오후 3시30분 마감)에서 7거래일 만에 42.3원 급락했다. CET1은 자본적정성 비율인 동시에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지주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차질을 빚을 위기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아질수록 배당 여력은 줄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하반기 정부 밸류업 정책 수혜주로 떠올랐던 금융주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에 급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4일부터 9일까지 4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4대 금융지주(KB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를 판 금액은 566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1조1500억원)의 49%를 차지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요동쳐 자칫 올해 적극 추진했던 밸류업에 차질이 생길지 우려된다”며 “다만 건전성ㆍ유동성 측면에서 방어벽을 쌓아둬 현재 환율 상황을 ‘위험 신호’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현재로썬 은행의 (외환) 리스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금융사가 ‘비상대응’ 체계를 강화하면 연말 대출 문이 더 좁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을 낮추기 위해 담보가 확실하거나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는 높은 대출 문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내수시장이 얼어붙지 않도록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함께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