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두목, 주민 100여명 집단살해…'무법천지' 섬나라서 생긴 일

지난 5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케냐 경찰 기지에서 유엔 지원을 받는 다국적군 소속 케냐 경찰관들이 갱단원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P=연합뉴스

지난 5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케냐 경찰 기지에서 유엔 지원을 받는 다국적군 소속 케냐 경찰관들이 갱단원들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P=연합뉴스

갱단 무장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한 조직폭력배 두목 주도로 현지 주민 100여명이 집단으로 살해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이티 인권단체 국가인권보호네트워크(RNDDH)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내 대규모 빈민가인 시테 솔레이의 제레미 부두에서 지난 6~7일 집단 학살이 발생해 최소 1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번 학살은 제레미 부두에서 활동하는 갱단 두목인 모넬 펠릭스의 명령으로 자행됐다. 병에 걸린 아들이 있는 펠릭스는 제레미 부두 일대의 노인들이 부두술(주술)을 통해 아들에게 해를 가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이 사제의 조언에 따라 집단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부두교는 서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아이티의 토착 종교로,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집단 살해는 흉기를 이용해 이뤄졌다. 사망자는 6일 최소 60명, 7일 최소 50명으로 피해자 대다수는 60대 이상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총에 맞은 이륜차(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여러 명 등 젊은이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티 솔레이의 한 주민은 "지난 금요일(6일) 시작한 살인은 부두술을 행하는 사람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피에르 에스페란스 RNDDH 사무총장은 "증언에 따르면 훼손된 시신들은 거리에서 불태워졌다"며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반구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정부 행정력이 무력화했고, 갱단의 약탈과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학살이 일어난 제레미 부두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로 꼽힌다. 수도에서 가장 침투하기 어려운 갱단의 거점 가운데 하나이며, 경찰은 일반적으로 가지 않는 곳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공식 보고도 지연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아이티에선 갱단이 연루된 폭력으로 4500명 이상이 사망했고, 7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케냐가 주도하는 경찰이 다국적 안보 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유엔 지원을 받아 아이티에 파견됐지만, 아이티 내 유혈 사태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