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장관은 지난 8일 새벽 검찰에 자진 출석한 이후 이뤄진 세 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계엄 선포 이후 국군방첩사령부·육군특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 등 병력을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한 것에 대해 “내가 지휘한 작전”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검찰이 적시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포함한 위법성은 부인했다. 계엄 선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 군 작전을 지휘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계엄법과 포고령에 따른 조치일 뿐 국헌 문란 목적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내란죄(형법 제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하는데, 김 전 장관에게 적용된 내란중요임무종사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김 전 장관은 계엄 건의에 대해선 계엄법에 근거한 국방부 장관의 조치 권한을 발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계엄법(제2조)엔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을 뿐 내란 목적은 아니었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입장이다.
다만 검찰은 계엄 선포시 즉시 국회에 통고하고, 계엄해제권 역시 국회에 부여한 헌법에 따라 군 병력을 통한 국회 장악 시도가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순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주요 인사 1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이날 검찰 특수본에 출석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한 김 전 장관의 지시 내용 일체를 진술할 예정이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이날 오후 3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불구속 수사를 위한 방어권 일부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도 일부 인정한 태도로 풀이된다. 구속영장 청구 이후 법원에서 열리는 심문 절차에선 통상 검찰이 증거인멸·도주 우려와 혐의 중대성 등을 주장하고 피의자는 이를 반박하며 구속수사 필요성을 둘러싼 법리 공방이 벌어진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영장실질심사는 포기하겠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하 장병들은 저의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부디 이들에게는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