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강남 분양에 5만명 몰려…서울도 '옥석 가리기' 심화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견본주택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 견본주택에서 시민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에서 첫 분양된 아파트 단지 2곳에 청약 접수가 몰리며 무난히 ‘완판’에 성공했다. 대출 규제 속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져 매매 거래는 위축돼 있지만 분양 시장은 영향이 덜한 모습이다. 다만 서울 내에서도 철저히 시세 차익에 따라 흥행 여부가 엇갈리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전날 일반공급 71가구 모집에 3만4279명이 청약해 평균 482.8대 1의 경쟁률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D로, 7가구 모집에 5779명이 접수해 825.6대 1을 기록했다. 전날 특별공급 69가구 모집에 1만7349명이 접수한 걸 합치면 이 아파트에 총 5만1000여개의 청약통장이 들어온 셈이다. 

DL이앤씨가 방배삼익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아크로 리츠카운티’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20억~21억원대로 나왔다. 주변에 비교적 신축에 속하는 ‘방배 그랑자이’ 전용 84㎡가 최근 28억~29억원에 거래된 걸 고려하면 ‘8억 로또’ 분양으로 일찌감치 흥행이 예고됐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DL이앤씨 분양 담당자는 “분양시장은 중도금 대출이 보장되는 등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흥행이 됐다”며 “특히 이 단지는 실거주 의무도 피해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어 청약 수요가 더 몰렸다”고 말했다. 

다만 강북 지역 분양은 최근 턱걸이로 1순위를 마감하는 사례가 늘며 청약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반기 강북 지역 청약 최대어로 꼽혔던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9대 1의 경쟁률로 흥행이 저조했던 게 대표적이다. 전용 59~84㎡까지는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중대형 평형은 대거 미달이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통해 1856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돼 기대를 모았지만 105~120㎡ 중대형 평형이 16억~18억원대, 143~170㎡은 26억~31억원대로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나오자 대부분 발걸음을 돌렸다.


성북구 삼선동 ‘창경궁 롯데캐슬 시그니처’도 전날 일반공급 260가구에 6942명이 청약해 평균 26.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날 ‘아크로 리츠카운티’가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도 전용 59~84㎡ 분양가가 10억8000만~13억90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반응이 나왔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북 지역은 대출 규제 전후로 청약 분위기가 확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규제 이전에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트렌드에 시세보다 비싸도 무난히 완판이 됐다”며 “하지만 대출이 강화된 이후론 시세 차익이 확실해야만 청약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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