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대출 5.1조 증가, 5개월 만 최저…2금융 풍선효과는 커져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금융당국 압박에 금융사들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영향이다. 다만 은행과 달리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 ‘풍선효과’ 우려는 여전했다. 1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11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사의 가계대출은 10월과 비교해 5조1000억원 늘었다. 이는 10월 증가 폭(6조5000억원)보다 1조원 넘게 줄어든 수치로, 지난 6월(4조2000억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다만 업권별로 증가 폭 추세는 달랐다. 제1금융권인 은행은 지난달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1조9000억원 느는 데 그치며 10월(3조8000억원) 증가 폭의 반 토막이 났다. 은행의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이 1조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고금리 여파에 가계대출이 큰 폭 감소했던 지난 3월(-1조7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연말까지 목표 가계대출 총량을 맞추라고 압박하면서, 신규 대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급증하면서 은행 증가세를 앞질렀다. 제2금융권 월간 가계대출 증가 폭으로는 2021년 7월(5조7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특히 상호금융사(1조6000억원) 증가 폭이 도드라졌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진 것은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을 압박하면서, 돈 구하기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제2금융권 쏠림이 커졌다. 다만, 이런 풍선효과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서다. 이날도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물론 제2금융권인 새마을금고·농협중앙회 관계자까지 불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최근 는 것은 신규 아파트 입주자들이 은행권에 돈을 빌리지 못해 제2금융권에서 급하게 잔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 수요도 줄고 있어 이달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실제 가계대출 증가세의 배경이 됐던, 수도권 부동산 거래도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증가에 그쳐, 10월 증가 폭(5조5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이 취급한 지난달 기업대출도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증가에 그치면서, 10월(8조1000억원) 증가 폭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대기업 자금 수요가 줄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진 데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대출 영업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