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12월에 빛축제 10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베끼기 논란
규모로 보면 해운대구가 주최하는 ‘해운대빛축제’가 가장 성대하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구남로와 백사장 등 1400m 구간에 빛 조형물을 설치했다. 또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가로 40m, 높이 8m의 대형 구조물에 눈을 주제로 한 미디어파사드를 선보인다.
해운대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올해 빛축제 예산은 17억원으로 지난해 8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며 “올해는 미디어아트에 초점을 맞춰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아나몰픽 기법’을 활용하고, 대형 스마트 트리에서 크리스마스 관련 영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최초 빛축제 2008년 중구 광복로서 열린 ‘루미나리에’
그러자 해운대구는 2014년 중구보다 예산을 두 배 투입해 빛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당시 부산 중구의회 김영면 의장은 “해운대구가 비슷한 빛축제를 개최하면서 원도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웃 지자체끼리 인기 축제를 따라 하는 건 결국 축제의 희소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래구·사하구·부산진구 등 타 지자체까지 빛축제 베끼기에 동참했다.
수영구가 지난달 2일부터 ‘제1회 밀락루체페스타’를 개최하면서 빛축제 행렬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다. 밀락루체페스타를 찾은 김모(38) 씨는 “용궁을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했다고 하지만 조형물 형태나 색깔이 다른 빛축제와 비슷하다”며 “사진을 찍어도 색감이 예쁘지 않고, 특이한 것도 없어서 SNS에 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업체에 맡기니 천편일률적…민·관·학이 머리 맞대야”
지속가능한 빛축제가 되려면 미래지향적인 기술에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수화 동서대 디자인대학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는 “모든 전시물이 스토리텔링을 담고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가져야 그 지역의 브랜드가 된다”며 “업체에 맡기기보다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매년 새로운 빛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