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증상 없다가 갑자기 뇌경색…조용한데 치명적인 '이 병'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연합뉴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연합뉴스

경동맥은 심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목 부위 동맥이다. 뇌로 가는 혈액 80%가량이 통과하는 매우 중요한 혈관으로 꼽힌다. 이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 흐름에 차질이 생기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경동맥이 여러 원인으로 좁아지는 걸 '경동맥 협착'이라고 한다. 경동맥 협착은 별 증세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으로 이어지곤 한다.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경동맥 협착을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일형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예방·치료법 등을 정리했다.  

늘어나는 경동맥 협착, 이유는

경동맥 협착 환자는 고령화를 타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동맥 협착으로 병원 진료받은 환자는 2019년 9만2853명에서 지난해 14만3309명으로 늘었다. 인구 고령화로 만성질환에 따른 혈관 손상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동맥 협착의 가장 큰 원인은 동맥죽경화다. 동맥에 죽처럼 점도 높은 콜레스테롤 지질 성분들이 쌓여서 혈관을 좁게 만드는 걸 뜻한다. 주된 위험 요인은 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과 흡연, 비만,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등이다. 특히 당뇨병·고지혈증은 혈관을 미세하게 손상하거나 염증 물질을 분비한다. 담배를 많이 피우면 동맥경화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

치료 여부 판단과 방법은

경동맥 협착은 경동맥이 50% 이상 막힐 때가 분기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뇌경색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발음 이상과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심하면 뇌 기능 이상을 거쳐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문제는 혈관이 절반 이상 막혀도 큰 증상이 없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빠른 진단이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쉽다.


이 때문에 경동맥이 절반 이상 막혔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봐야 한다. 만약 뇌경색이 발생했어도 경동맥이 절반 이상 막히지 않았다면 약물치료가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뇌경색 환자면서 경동맥 협착 수준이 50%를 넘었다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 삽입술을 쓸 수 있다.

만일 경동맥이 좁아지는 걸 넘어 딱딱하게 석회화하고 굳어졌다면 수술로 그 부분을 제거하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협착 부위가 너무 넓거나 모양이 불규칙하고, 목이 매우 짧거나 협착 부위가 너무 위쪽에 위치했다면 수술마저 어려울 수 있다.

평소 예방은 어떻게

갑자기 터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동맥 협착은 사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평소 혈관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최우선이다. 건강한 식습관, 금연처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녀야 한다. 

너무 늦지 않게 검진할 필요도 있다. 경동맥 초음파 촬영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 혈관 촬영을 전혀 해본 적 없는 40~50대는 한 번 정도 해당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이들 연령대를 넘어서면 전혀 알지 못했던 혈관 건강 이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경동맥 협착을 발견하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당장 큰 이상이 없더라도 향후 악화할 여지가 있는 초기 단계라면 선제적 치료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