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문명고 측이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을 설명하고 각종 비판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 문명고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우파적 성향을 띤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경북 경산시 문명고가 좌파적 성향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쓰는 ‘복수 교과서’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6일 문명고와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 9종 중 유일하게 출판사 ‘한국학력평가원’이 펴낸 우파 성향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 교과서는 내년 신학기부터 사용한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부 단체에서 ‘친일·독재 교과서를 사용하지 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명고는 과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유일하게 선정하기도 했다. 이에 문명고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복수 교과서 사용 학교(MTS)’ 정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준희 문명고 교장이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문명고
기존에 선택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와 함께 수업에 사용할 보조교재는 담당교사가 선택하며 내년 1학년 신입생 150명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교과서 가격은 권당 1만원으로 학교가 부담한다. 학교 측은 오는 17일 한국사 교과서를 학부모가 직접 비교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교과서 9종 모두 공개하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임준희 문명교 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국사 교육 목표가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것인데 자꾸 정치 이념 논란이 나오니까 다른 성향의 교과서를 추가로 채택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복수 교과서를 채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문명고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9종 중 교과협의회 심의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원안을 통과시키는 절차를 준수해 교과서를 선정했다”며 “교육 현장은 정치 이념 세력의 부당한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교권과 학습권 침해 행위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앞에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가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교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달부터 학교 앞에서 등교 시간에 맞춰 시위하며 우파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7일 오후 문명고 정문 앞에서 ‘문명고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학교측은 이 단체를 교권 침해 행위로 경북교육청에 고발한 상태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