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망명한 시리아 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가 1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냈다.
시리아 대통령실이 운영하던 텔레그램 계정은 이날 오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시리아 출국 후 상황에 대한 성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4 용지 1장 분량의 이 글은 영어와 아랍어로 각각 게시했으며, 이달 16일 모스크바에서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사드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8일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아사드는 반군 공세에 밀려 망명한 과정에 대해 "국제 테러리즘을 시리아 해방혁명으로 꾸며내려는 목적으로 진실과 동떨어진 얘기와 잘못된 정보가 넘쳐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리아를 떠난 것은 계획된 것도 아니고 교전의 마지막 순간에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며 "8일 이른 시간까지 다마스쿠스에 남아 직무를 수행하다가 테러리스트가 다마스쿠스에 침투하자 러시아와 협력해 라타키아로 갔다"고 설명했다. 지중해에 접한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에는 러시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가 있다.
아사드는 "흐메이밈 기지에 도착했지만 군이 모든 전선에서 철수한 데다 러시아군 기지도 강도 높은 공격을 받게 됐고, 8일 저녁 러시아가 기지 사령부에 러시아로 대피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이 벌어지는 동안 사임이나 망명 신청을 고려한 적이 없고 다른 어떤 개인이나 정당에서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테러에 맞서 계속 싸우는 것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리를 좇은 적이 없으며 나를 시리아 국민의 믿음이 지탱하는 국가적 프로젝트의 관리자로 여겼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군의 승리에 대해선 "국가가 테러의 손에 넘어가고 의미 있는 이바지할 역량마저 잃게 된다면 모든 직위도 목적과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리아와 국민에 대한 나의 깊은 소속감과 유대감은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시리아가 다시 자유로워지고 독립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대통령실 텔레그램 계정은 성명을 올리면서 "성명을 아랍권과 국제 언론을 통해 발표하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이전 대통령실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사드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 1971∼2000년 대통령을 지낸 하페즈 알아사드의 아들이다. 그는 부친이 숨진 후 자리를 넘겨받아 장기집권했다.
'아랍의 봄'이 중동을 휩쓸던 2011년 3월 15일 경제 위기 등 혼란상 속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불붙자 이를 아사드 정권이 유혈 진압하며 내전이 발발했다.
아사드는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내전에서 사실상 승자가 됐으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으로 이들의 후원이 약해졌다. 이 틈을 탄 반군이 지난달 27일 기습적인 공세에 나서 11일 만에 아사드 정권이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