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이어 中스파이 친분…英앤드루 왕자, 왕실 성탄 모임 불참

중국 스파이와 친분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영국 앤드루 왕자.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스파이와 친분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영국 앤드루 왕자. 로이터=연합뉴스

스파이로 의심받는 중국인 사업가와 가까이 지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영국 앤드루 왕자가 크리스마스 왕실 가족 모임에 불참한다. 

16일(현지시간) BBC 등 영국 주요언론은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64) 왕자와 그의 전처인 세라 퍼거슨 요크 공작부인이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샌드링엄 영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왕실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에 샌드링엄에 집결해 성탄을 축하한다. 앤드루 왕자는 다른 왕실 가족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BBC는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최근 스파이로 의심받는 중국인 사업가와의 친분이 드러나 논란에 휘말렸다. 두 사람의 관계는 중국인 사업가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영국 입국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드러났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그가 중국공산당 당원으로 당내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영국 내무부는 공공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입국을 금지했다.

英 법원, 스파이 의심받는 남성 신원 공개 

한편 15일 영국 법원이 신원 공개를 허가하면서 'H6'라는 가명으로 알려졌던 이 남성의 실명은 양텅보(50)로 확인됐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와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양텅보는 "아무런 잘못되거나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며 "나를 스파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영국에는 (영국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물론 중국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우려한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기후변화와 같이 협력해야 할 부분에서 협력하고 맞서야 할 부분에서는 맞서는 것"이라고 답했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이다. 해군에서 복무하고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 헬리콥터 조종사로 참가해 국민적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과 가까이 지내며 성추문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왕실 내 위상은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