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탄핵을 반대했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멤버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 56명 가운데 25%인 14명(김석기·김성원·김정재·박대출·박덕흠·성일종·윤상현·윤영석·윤재옥·이만희·이양수·이헌승·임이자·추경호)이 22대 국회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불렀다는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21대 총선 때 지역구인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후 국민의힘으로 복당해 22대 총선에선 당 후보로 나서서 이겼다. 윤 의원이 지난 7일 초선 의원에게 건넸던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주더라”는 조언이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닌 이유다.
반대로 당시 탄핵 찬성 의원이 주축이던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등 비박계 62명의 생존율은 낮았다. 이들 중 22대 국회까지 살아남은 이는 권성동·김상훈·나경원·송석준·주호영·윤한홍·이철규 등 7명(11%)에 불과했다. 이들은 8년 전과 달리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선 반대 입장에 섰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바른정당을 거쳐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복당했으나, 이후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가 됐다.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배신자 프레임’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하고 2021년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 찬성파 중 상당수는 바른미래당 등 제삼지대로 떨어져 나가 풍찬노숙 신세가 되었지만, 반대했던 이들은 ‘원내 제2당’에 남아 안정적으로 22대까지 공천을 받아왔다”며 “이런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학습효과가 이번 탄핵소추안 표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 자민련’이라 불릴 정도로 국민의힘이 영남에 편중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찬성 여론에 앞장섰던 의원 상당수는 수도권 의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두 차례 총선을 거치며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수는 35석(20대)→16석(21대)→19석(22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영남 의석은 22대 국회에서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명(65.6%)에 달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구·경북(TK)에선 보수 지지층 민심을 받들고 당 주류에 줄만 잘 서면 지역구 수성이 어렵지 않다”며 “탄핵 찬성에 쏠린 국민 여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수도권의 안철수(경기성남분당갑)·김재섭(서울도봉갑) 등이 탄핵 찬성에 앞장섰지만, 절대다수인 영남 의원들을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단 평가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총선 때마다 표심이 여론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수도권 의원들은 당연히 여론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수도권 의원이 거의 소멸한 탓에 국민의힘 전체로는 영남 텃밭에 매몰된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8년 전과 다른 대선 스케줄과 차기 후보군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8년 전엔 국정농단 사태가 정권 후반기에 터졌고, 여권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란 유력한 차기 주자가 있었기에 탄핵 찬성파가 뭉쳐서 움직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구심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역시 “이탈표가 적었던 건 탄핵을 섣불리 말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 문제와 여권 전체에 팽배한 ‘이재명 포비아(공포심)’가 한데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