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북한군 파병 원인"…트럼프 '관심 레이더'에 北 들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가 "북한 군인을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불러들였다"고 주장했다. 그가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북한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자신의 조기 종전 구상에 북한군 러시아 파병 문제 해결도 일부로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며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우리는 이 끔찍한 대학살을 멈춰야 한다. 나는 이를 멈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협상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언급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도 "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결 구상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군 관련 텔레그램에 게시된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발사 장면. 발사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군 관련 텔레그램에 게시된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발사 장면. 발사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AP, 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동 상황에 비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것(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은 나쁜 일이고, 북한군을 불러들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는 사실관계가 정반대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한 건 북한군 러시아 파병 이후에 내려진 조치다. 


하지만 한번 각인된 생각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 성향을 가진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이 이런 생각을 드러냈다는 건 종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북한군이라는 변수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제거하기 위해 무기 사용 제한을 협상용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트럼프 특유의 화법"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군 파병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제한 카드를 직접 연결시킨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구상에 북한 문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예상대로 속도전식 종전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리더십 공백에 빠진 한국이 트럼프의 관련 로드맵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10월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10월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을 이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압박하거나, 직접 북한을 상대할 가능성 모두 상존하는 가운데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준당사자인 한국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넓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김정은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동맹 및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를 통해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이 만 하루 사이 대북 독자제재를 연쇄적으로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17일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 및 물자 조달에 관여한 개인 11명·기관 15개를 제재 명단에 올린다고 밝혔다. 제재 명단에 오른 김영복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신금철 소장은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 장성이며, 이성진은 북한군의 미사일 기술자다. 러시아 국적의 라파엘 아나톨리예비치 가자랸과 알렉세이 부드네프 등도 북·러 무기거래 과정에 관여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 9개 우방국, EU와 함께 북·러 간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에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장에 투입하기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 북·러 간 군사적 협력이 증대하는 것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에 앞서 미국과 EU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지원한 북한군 관련 인사를 제재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6일(현지시간) 특별제재대상(SDN) 명단에 북한 관련 개인 9명과 기관 7곳을, 국무부는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3개 대상에 대해 각각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명단에는 한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김영복 부총참모장과 노광철 국방상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EU가 미국의 대북 독자제대 발표에 앞서 채택한 제15차 러시아 제재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 EU가 게재한 관보는 "우크라이나와 한국 당국에 따르면 김영복 부총참모장은 최근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군대와 함께 러시아에 파견되어 러시아 내 북한군 배치를 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주권, 독립을 훼손하고 위협하는 행위를 실행하고 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