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뒤 ‘안가 회동’ 4인방 중 3인 휴대폰 바꿨다…野 "증거인멸"

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4일 밤 이른바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인사들이 잇달아 휴대폰을 교체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4일 밤 서울 종로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이 확인된 이들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4명이다. 앞서 박 장관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평소 국무회의에서 보지만 (따로 식사) 자리를 못 해 해가 가기 전에 보자고 해서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비상계엄 실패 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 아니냐”며 의심해왔다.

이런 가운데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 중 이상민 장관을 제외한 3명이 휴대폰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 출석한 이완규 처장은 “지난 4일 안가에 갔다 온 뒤 휴대폰을 바꿨냐”(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문에 “바꿨다”고 인정했다. 이 처장은 휴대폰 교체 이유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완규 법제처장이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이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처장은 “증거인멸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저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도 (계엄 사태가)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저녁 연락이 왔길래 갔고, 가니까 (다들) 아는 게 없이 한숨만 쉬다 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성재 장관과 김주현 수석도 4일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박 장관은 6일 오후 9시 6분에 기기를 변경한 뒤, 8일 오후 12시 24분부터는 다시 예전에 쓰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김 수석은 7일 오후 2시 36분에 새 기기로 교체했다.


황 의원 측은 “통신사 자료에서 이 장관은 기기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면서도 “휴대폰 번호 자체를 바꿨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05.17.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05.17.

논란이 커지자 박 장관 측은 “휴대폰을 교체한 게 아니라 업무용 ‘백업폰’을 만든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박 장관 측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계엄 사태와 관련해) 휴대폰 제출을 해야 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며 “그럼 업무적으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가 있어서 자료를 백업해 둔 거다. 기존 휴대폰을 그대로 사용 중”이라 주장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4일 ‘안가 회동’에 윤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안가 회동) 그 자리에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있었다고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처장이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자 전 의원은 “만약 없었다면 객(손님)들이 남의 집에서 식사한 건 주거침입”이라며 “집주인 양해라도 있거나 집주인을 대신해 누군가가 있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당일 안가에 차량 최소 7대 이상, 최소 15명 이상이 들어갔다. 또 다른 회동도 있었다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계엄 전후로 김 여사가 무슨 일 했는지 곧 알려질 텐데, 어마어마하다”고 주장했다.

조은석 감사원장 직무대행은 ‘안가 회동’과 관련해 직무감찰 가능성을 묻는 전 의원의 질의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전 의원이 “영장이 거부되고 있고 증거가 인멸될 수 있다. 감사원은 영장 없이도 자료를 요구하거나 감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조 직무대행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자신의 후임 감사위원으로 백재명 서울고검 검사 임명 제청을 재가한 것과 관련해 “(조 직무대행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1월 18일자로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인사 발령 행위가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직무대행은 “인사혁신처가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12ㆍ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혐의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이번 비상계엄이 내란이 맞느냐”고 묻자 “내란 혐의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근거가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