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령관 '롯데리아 계엄 모의'…"HID, 선관위 들어가라"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노상원(62·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계엄 이틀 전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특수공작요원(HID)을 동원하기로 사전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계엄을 기획한 것으로 공조본은 의심하고 있다.

17일 공조본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시의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예하 부대 소속 정모·김모 대령과 만나 “계엄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특히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롯데리아 CCTV 영상도 확보했다.

정 대령은 공조본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노 전 사령관이 당시 ‘너희는 선관위 전산실로 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이 문 사령관에게 “인원을 선발했냐”고 물었고, 문 사령관은 “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일 계엄 선포 뒤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 정보사 등 병력이 투입됐다. 정 대령은 비상계엄이 선포 직전인 3일 오후에도 문 사령관이 “부대원 중 사업(공작) 잘하는 인원 2개 팀, 팀당 15∼20명을 소집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문 사령관은 두 대령에게 “공작(工作)을 잘하는 인원 15명을 선발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달 22일쯤 두 대령은 정보사 정예 요원의 명단이 담긴 서류 봉투를 문 사령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달 초쯤 정 대령에게 전화로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 내용을 정리해 달라”며 “진급을 도와주겠다” 취지로 말했다고 정 대령 측은 주장했다.

공조본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을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검찰이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아 석방됐지만, 노 전 사령관은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문 사령관 사건은 공조본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군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박흥렬 전 경호실장과 김용현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문 사령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계엄 사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을 것이란 의심에서다. 박 전 처장은 경호실장 재임 당시 수방사령관을 맡았던 김 전 장관과 인연을 맺었고, 노 전 사령관은 2013~2014년 박 전 실장의 오른팔 격인 군사관리관으로 재직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예비역들로 구성된 별도 편제를 신설, 조직적으로 계엄 준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17일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제2수사단’을 꾸려 노상원 라인을 구축한 다음 OB(예비역)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선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특수임무대(HID)와 암살조 등 북파 공작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