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노상원(62·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이 계엄 이틀 전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특수공작요원(HID)을 동원하기로 사전 모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이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도와 계엄을 기획한 것으로 공조본은 의심하고 있다.
17일 공조본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시의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예하 부대 소속 정모·김모 대령과 만나 “계엄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특히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수본은 롯데리아 CCTV 영상도 확보했다.
정 대령은 공조본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노 전 사령관이 당시 ‘너희는 선관위 전산실로 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이 문 사령관에게 “인원을 선발했냐”고 물었고, 문 사령관은 “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일 계엄 선포 뒤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 정보사 등 병력이 투입됐다. 정 대령은 비상계엄이 선포 직전인 3일 오후에도 문 사령관이 “부대원 중 사업(공작) 잘하는 인원 2개 팀, 팀당 15∼20명을 소집하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중순에도 문 사령관은 두 대령에게 “공작(工作)을 잘하는 인원 15명을 선발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지난달 22일쯤 두 대령은 정보사 정예 요원의 명단이 담긴 서류 봉투를 문 사령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지난달 초쯤 정 대령에게 전화로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 내용을 정리해 달라”며 “진급을 도와주겠다” 취지로 말했다고 정 대령 측은 주장했다.
공조본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과 문 사령관을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 문 사령관은 검찰이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아 석방됐지만, 노 전 사령관은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문 사령관 사건은 공조본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됐다.
군 안팎에선 박근혜 정부 시절 박흥렬 전 경호실장과 김용현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문 사령관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계엄 사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을 것이란 의심에서다. 박 전 처장은 경호실장 재임 당시 수방사령관을 맡았던 김 전 장관과 인연을 맺었고, 노 전 사령관은 2013~2014년 박 전 실장의 오른팔 격인 군사관리관으로 재직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예비역들로 구성된 별도 편제를 신설, 조직적으로 계엄 준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17일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제2수사단’을 꾸려 노상원 라인을 구축한 다음 OB(예비역)를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해선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특수임무대(HID)와 암살조 등 북파 공작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