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의 한 여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보살피고 있다. 뉴스1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 들어 연평균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는데 저출생·고령화로 노동력도 줄고, 자본 투자는 둔화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 들어선 잠재성장률이 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향 추세인 잠재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선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 수준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동원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의미한다.

신재민 기자
문제는 여기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생산성과 노동, 자본의 기여도가 모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향후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까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은 2020년 전반 연평균 0.4%에서 2040년대 후반 연평균 -0.7%로 약 1.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그 결과 2030년부터 잠재성장률을 0.2%포인트~0.4%포인트 깎아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건 15년 후인 만큼 출산율 제고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더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년 연장, 외국인 인력 등의 활용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재민 기자
다만 한은은 구조개혁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한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 등 구조개혁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은 기준전망보다 각각 0.7%포인트, 0.1~0.2%포인트, 0.1%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창업 지원,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 완화·양육 부담 경감 등을 통해 현재 0.7명대인 합계출산율을 OECD 평균(1.51명)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