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잠재성장률 1%대 위기...2040년 후반 0%대로 하락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의 한 여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보살피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의 한 여성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를 보살피고 있다. 뉴스1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후반 들어 연평균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생산성은 계속 떨어지는데 저출생·고령화로 노동력도 줄고, 자본 투자는 둔화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40년대 들어선 잠재성장률이 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향 추세인 잠재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선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 수준으로 추정됐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동원할 수 있는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물가 상승 등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의미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5% 내외였지만 2010년대 들어 3% 초중반으로 하락했고, 2016~2020년 2% 중반으로 낮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까지 반영해 산출한 2021~2023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2.1%로 나타났고, 당분간 2%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생산성과 노동, 자본의 기여도가 모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향후 잠재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 2030∼2034년 1.3%, 2035∼2039년 1.1%, 2040∼2044년 0.7%, 2045∼2049년 0.6%까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초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증가율은 2020년 전반 연평균 0.4%에서 2040년대 후반 연평균 -0.7%로 약 1.1%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그 결과 2030년부터 잠재성장률을 0.2%포인트~0.4%포인트 깎아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병호 한은 경제모형실장은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건 15년 후인 만큼 출산율 제고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더불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년 연장, 외국인 인력 등의 활용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잠재성장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총요소생산성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인데다, 기술 혁신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총요소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2001~2005년 연평균 2.1%포인트에서 2021~2026년 0.7%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투자가 둔화하는 흐름도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다만 한은은 구조개혁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한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요소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 등 구조개혁 시나리오에 따라 2040년대 후반 잠재성장률은 기준전망보다 각각 0.7%포인트, 0.1~0.2%포인트, 0.1%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창업 지원, AI(인공지능)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 완화·양육 부담 경감 등을 통해 현재 0.7명대인 합계출산율을 OECD 평균(1.51명)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