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임기의 마지막 몇 주 안에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와 고위급의 대면 소통(engagement)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에 전에 한·미 외교장관 또는 고위급 당국자가 상대국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을 무기한 연기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 중 방한 일정을 취소하면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소추 국면으로 인해 대미 외교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캠벨 부장관은 이와 관련 “미국은 한국의 불확실한 시기에도 한국이 취한 헌법적 조치를 지지해왔고, 어려운 시기를 관리해 나가는 데 대해 한국에 신뢰를 표명해 왔다”며 “(한 권한대행은)수십 년간 한국 정부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고, 주미대사(2009~2012년)를 역임해 미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과도 정부(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뿐 아니라 위기의 다른 행위자들과도 가능한 모든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뿐 아니라 한국의 여야 정치권과도 소통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 말로 해석된다.
한국과 소통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비상계엄과 탄핵안 가결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까지도 거론했지만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미 지명이 이뤄진 중국과 일본 주재 미국 대사와는 달리 한국 주재 대사에 대해선 하마평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캠벨 부장관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 노선에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계속 북한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나는 트럼프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추구했던 방식의 외교이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선 말을 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과 판문점에서 각각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그는 실무자로부터 시작해 위로 올라가는 전통적인 방식을 아닌 정상간의 회담으로 직행하는 이른바 ‘톱다운 외교’를 시도했지만, 결국 ‘하노이 노딜’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캠벨 부장관은 이와 관련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상황이 변했다”며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심화했고, 북한이 취해온 일부 조처는 도발적이고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미국의 정권교체기 등을 노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 시기에 북한발 도발이 없어야 하며, 우리는 전면적으로 한국을 도울 것이라는 최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북측에)보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