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수시 최초 합격자 40% 미등록…'정시 이월' 늘어날 듯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의예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가 상담 카드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서 의예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가 상담 카드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에 최초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중복 합격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대학은 오는 27일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정시 선발 인원을 확정해 발표하는데, 올해는 작년(33명)보다 미충원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충북대, 지역인재 수시 35명 뽑는데 최초합 8명만 등록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2일 종로학원은 수시 모집 등록률을 공개한 전국 10개 의대 모집정원 641명 중 249명(38.8%)이 최초 합격한 대학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162명 미등록, 30.4%)보다 8.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은 한양대, 연세대, 가톨릭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부산대, 충북대, 제주대, 연세대(미래) 등이다. 

대학별로는 한양대의 최초합격자 미등록률이 74.1%로 가장 높았다. 58명을 모집하는데 43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서울권에선 고려대(55.2%), 연세대(41.3%), 가톨릭대(37.5%) 순으로 미등록률이 높았다. 서울대는 미등록자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의대의 미등록률이 수도권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부산대, 충북대, 제주대, 연세대(미래) 등 비수도권 의대 4곳에선 총 284명을 수시에서 모집했는데, 118명(41.5%)이 최초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29.1%, 57명)보다 1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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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인재전형 미등록률도 43.4%(75명)로 지난해(26.3%, 31명)보다 1.7배 늘었다. 충북대의 경우 35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했는데, 최초 합격자 중 등록 인원은 8명에 불과했다. 


수시 미등록자 늘어나나…27일부터 정시 인원 발표

입시업계에선 수시 미등록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서울권과 비서울권 모두 의대 추가 합격자가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지난해보다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39개 의대 정시모집 정원은 전체 4610명 중 1492명(32.4%)인데, 여기에 이월 분을 더한 선발 인원이 27~30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대학들이 정시 선발 인원을 확정·발표하면 이후 신입생 선발 인원을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 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 등이 18일 낮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아산병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학생, 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 등이 18일 낮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아산병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다만 의료계의 요구 등은 정시모집 규모의 변수로 꼽힌다.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 온 의료계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도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등 ‘소폭 조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 현안질의에서 “여러 차례 점검하고 검토해봤지만,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도저히 한치의 (조정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2025학년도 대신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을 협의하자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