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여겼으나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최씨를 구속했고 이듬해 1월 법원은 최씨의 중상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그 무렵 형이 확정됐다. 반면 노씨의 성폭력은 인정되지 않고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만 인정돼 최씨보다 적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공문서 보존규칙에 따라 최씨의 수사·재판기록은 폐기된 상태라 파악이 어렵지만,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는 남아있다. 1964년 10월 22일자 부산일보의 ‘유죄냐…정당방위냐?’라는 제목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 주장을 인정하고 노씨를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 의견을 붙여 송치했으나, 검찰이 경찰 조사를 번복하고 최씨를 유죄로 단정했다고 한다.
최씨는 사건이 있은 지 56년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의 성폭력 폭로 등 미투 운동이 결심의 계기가 됐다. 최씨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 등을 재심 청구 사유로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무죄로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3년 심리 끝에 대법원은 “불법 구금에 관한 최씨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그 진술에 부합하는 직·간접의 증거들, 즉 재심 대상 판결문, 당시의 신문 기사, 재소자인명부, 형사사건부, 집행원부 등에 의해 알 수 있는 일련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사정들이 제시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또 “재심은 확정판결의 중대한 오류를 시정하고 일반적인 형사재판절차에서 형사소송원칙에 따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억울한 피고인을 구제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 등을 유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 파기환송에 따라 부산고법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 청구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에게 60년전 판결처럼 중상해죄가 인정될지, 정당방위로 무죄에 해당할지 등은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져 실제 재심이 진행되면 본안 재판에서 다시 다투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