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호걸' 시라노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 시라노가 5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번 공연은 넘버와 무대 장치를 보강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1막에서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시라노의 익살스러운 면모가 돋보인다. 특히 크리스티앙과 시라노가 함께 록산을 향해 사랑 고백을 하는 발코니 장면은 로맨틱하면서도 코믹하다. 2막에서는 전쟁터를 누비는 용감한 전사로서의 시라노가 부각된다.
뮤지컬 '시라노'의 히로인이자 삼각관계의 주인공인 록산은 이번 시즌에서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으로 재탄생했다. 록산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대를 위한 식량을 마차에 싣고 전쟁터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용감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추가된 넘버가 서사와 캐릭터를 보강하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스토리는 여전히 아쉽다. 록산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시라노가 말재주 없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어둠 속에서 사랑 고백을 하는데도 록산이 바뀐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설정, 크리스티앙이 죽은 지 십수 년이 지나도록 러브레터의 대필 작가가 시라노 자신임을 밝히지 않고 지내다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린 뒤 죽기 직전에 사실을 털어놓는 점 등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다소 억지스럽게 전개된다. 록산이 "사랑에 빠졌다"며 한참 자랑을 늘어놓다가, 시라노가 그 상대가 자신이라고 착각할 때쯤 "그 사람은 바로 크리스티앙"이라고 밝히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눈치 없는 여사친' 컨셉 역시 클리셰에 가깝다.
이번 시즌에서는 최재림·조형균·고은성 배우가 시라노를 연기한다. 록산 역에는 나하나·김수연·이지수가 캐스팅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은 대체로 호평받고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