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지난 13일 1면 머리기사로 ‘[단독] '이재명 무죄' 준 판사도 체포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법원이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즉각 입장을 냈다. 해당 판사가 소속된 서울중앙지법도 “특정 사건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그 지시만으로 법치주의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다수 일선 법관들도 개별적으로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비판하는 글을 올릴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이 당사자의 직접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20일 국수본 등에 따르면 조 경찰청장은 검찰에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송치되기 전인 지난 19일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조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발령 이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구속)으로부터 전화로 이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 15명의 위치 추적 요청을 받았고, 15명 명단 중에 ‘김동현’이란 이름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 경찰청장이 여 사령관으로부터 위치 추적 대상 명단을 듣다가 생소한 이름이 있어 “누구냐”고 물으니,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구체적인 상황도 전했다. 김동현 판사는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의 부장판사다.
국수본은 1‧2차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추가 조사했고, 조 경찰청장은 “(위치추적 요청을) 무시했지만, (김 판사의) 이름을 들었다”고 국수본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경찰청장은 구속 이후 앓고 있던 질병이 악화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입원했다가 서울구치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계엄 세력이 입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파악된 만큼 이날 조 경찰청장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구체적인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수본은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조 경찰청장과 같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보안 전화기로, 대통령실 경호처가 지급·서버 관리를 맡는다. 애초 국수본은 조 경찰청장이 계엄 당시 비화폰으로 윤 대통령과 6차례 통화한 사실은 파악했지만, 김 서울청장의 비화폰 사용 여부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알지 못했다. 김 서울청장은 지난 13일 구속된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이런 정황을 진술했다고 한다.
김 서울청장은 국수본에 “경호처에서 지난달 윤 대통령의 태릉 체력단련장(태릉CC) 골프 연습이 보도된 이후 보안 강화를 이유로 들며 비화폰을 지급해줬다”고 진술했다. 이어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전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오후 10시 예정이었던 계엄 선포가 늦어질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국수본은 조 경찰청장의 비화폰 단말기는 확보했지만, 김 서울청장의 비화폰 실물은 ‘경호처에 반납했다’는 이유로 확보하지 못했다. 국수본은 지난 17~18일 비화폰 서버 등을 관리하는 경호처를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경호처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국수본은 최근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의 동선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국수본은 윤 대통령과 조 경찰청장‧김 서울청장, 그리고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3시간 전인 3일 오후 7시쯤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안가)에서 만난 상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