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에 꽂힌 문경회 신아주 그룹 부회장
1호 투자 대상은 한영석의발효연구소
대동여주도는 올해 또 한 번 도약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9월 신아주 그룹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 전통주 인큐베이팅을 목표로 한 대동여주도는 투자 1호 양조장으로 ‘한영석의발효연구소’를 선정해 지난 11월 4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문경회 신아주그룹 부회장이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세민 대동여주도 공동대표 때문이다. 7년 전 그룹의 수입차 딜러 사업 때문에 당시 폭스바겐에 있던 이세민 대표를 알았고, 술친구로 친해지면서 누나(이지민 대동여주도 공동대표)의 사업을 소개받았다. “‘밥은 남겨도 술은 남기지 말자’ 할 만큼 술을 좋아하면서도 전통주는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술이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문경회. 이하 문) 소문난 주당이지만 대동여주도 투자를 고민하는 1년 동안은 습관적으로 마시던 술을 딱 끊었다고 한다. “내가 이 사업을 왜 하고 싶은 걸까? ‘술’과 ‘사업’을 냉철하게 고민하려면 맨 정신이 필요했으니까요.(웃음)”(문)
문 부회장이 사업가로서 예측하는 전통주 시장의 미래는 고무적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맛있는 술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죠. 특히 요즘 한식 셰프들은 전통주 페어링을 원해요. ‘한식에는 한국 술’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지만 경영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니까요. 와인은 따는 순간 급격히 산화돼 보관이 어렵지만 전통주는 냉장 보관만 잘 하면 6개월~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고, 오히려 숙성이 진행되면서 맛이 더 좋아지죠. 또 와인은 생산지와 포도 품종에 따라 종류는 많지만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전통주는 쌀·밀·찹쌀·보리 등 기본 재료와 과일·허브 등 첨가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이 가능해요. 여러 종류 식사 메뉴와 페어링 할 때 이보다 적합하고 재미난 술이 있을까요?”(문)
오늘 모인 네 사람의 첫 번째 공동 목표는 수출이다. 2000억원 수준의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지만, 일단 판로를 개척하면 수출은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다. 전통주 인큐베이팅 사업 1호 양조장으로 ‘한영석의발효연구소’를 선정한 이유에도 이런 포석이 깔렸다. “한 대표님이 만든 술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누룩취가 없어요. 국제주류품평회 외국인 전문가들의 피드백도 호평 일색이라 프랑스, 뉴질랜드에선 이미 10만병씩 대량 발주가 들어왔지만 현재 양조장 시설과 시스템으론 역부족이라 거절하셨대요. 이번 투자금은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쓰일 겁니다.”(이세민)
MZ세대·럭셔리 브랜드와 협업도 모색
이처럼 전통주를 깊게 연구하는 일이 이지민 대표의 몫이라면, 전통주를 활용한 넓고 다양한 콜라보 비지니스로 매니아를 확장시키는 것은 이세민 대표의 몫이다. 금융권과 수입차 시장에 오래 있었던 그는 전통주는 잘 모르지만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대동여주도에 합류하자마자 이전에 없던 웹툰 IP와의 콜라보 기획을 성공시켰다. “협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합니다. 전통주가 젊어진 만큼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는 모두 가능하죠. 개인적으로는 젠틀 몬스터 같은 MZ세대 아이콘 브랜드나 럭셔리 브랜드들과 협업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이세민)
비즈니스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주(國酒)’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사케, 중국의 백주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품격을 갖춘 술, 전 세계인이 홀딱 빠질 만한 술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혼자 그 꿈을 꿨다면, 이제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달리니 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