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예비거래각서 체결과 부처 차원의 실사를 거쳐 반도체법에 의거해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액수를 결정했다”며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향후 수년간 370억 달러(약 53조원)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 중부에 위치한 현재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 거점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와 관련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를 통해 미국은 세계 5대 최첨단 반도체 제조업체가 모두 진출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며 “인공지능(AI)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의 안정적인 국내 공급을 보장하는 동시에 수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줄인 것보다 더 큰 비율로 보조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미국 정부가 지급하려고 했던 64억 달러는 예비거래각서 단계에서 투자하려고 했던 450억 달러의 14.2%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47억 4500만 달러의 보조금은 실제 투자금 370억 달러의 12.8%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줄인 투자 규모보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더 많이 줄였다는 의미가 된다.
상무부는 전날엔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최대 5억 달러(약 7250억원)의 정부 대출 지원을 결정했다. 보조금만 놓고 볼 때 SK하이닉스는 투자금(38억 7000만 달러) 대비 11.8%의 보조금을 받는다.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이 줄어든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에 대해 보조금 비율은 예비거래각서 단계 때(11.6%)보다 다소 높아졌다.
미 상무부는 앞서 TSMC에 66억달러(9조4400억원), 인텔에 78억6600만달러(11조2500억원), 마이크론에 61억6500만달러(8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확정한 상태다.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각각 10.2%, 7.8%, 4.9%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보조금 결정과 관련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정부와의 협약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AI 중심 시대의 진화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사들과 더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에 대한 반도체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산업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때 추진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와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는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에 상무부의 반도체 보조금 신속 집행 기조와 관련 “매우 부적절하다”며 “그들은 권력의 이양을 앞두고 지출을 가속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