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사고 내고 "딸이 운전"…골든타임 놓친 피해자 숨졌다

컷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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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도 응급조치 없이 딸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해 피해자를 결국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죗값이 절반으로 줄었다.

춘천지검 강릉지원 형사1부(권상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범인도피교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9일 오전 10시 30분쯤 강원 강릉시 신석동에서 투싼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던 B씨(78)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은 채 죽어가는 B씨를 차량에 싣고는 딸을 만난 뒤 딸에게 운전대를 맡겨 병원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B씨는 결국 사망했다.

A씨는 "딸이 운전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가 운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음주운전 전력으로 면허취소 상태였던 A씨는 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피해자의 유족과 경찰뿐 아니라 보험사에도 딸이 운전했다고 속였으나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그제야 범행을 시인했다.

1심은 "피해자 유족을 위해 1억원을 공탁하긴 했으나 무면허 운전을 상습적으로 하다가 피해자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발생시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뒤 병원에서 경찰에게 인적사항을 모두 제공했으므로 도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싣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하지 않고, 운전자를 바꾸기 위해 상당한 거리를 돌아서 이동해 시간을 지체했다"며 "인적 사항도 '딸이 운전하는 차량에 타고 있던 동승자'라고 진술하며 연락처를 제공한 것에 불과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형사공탁에 이어 항소심 들어 피해자 유족에게 추가적인 합의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점, 유족들이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해 형량을 대폭 감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