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했던 말 뒤집는 권성동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안돼"

2017년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판결이 난 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판결이 난 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시간을 끌면 나라가 불안정해진다.”
2017년 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심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의 8년 전 말들이 다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쏟아내는 말들과 180도 달라서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의원은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냐 여부는 중학교만 나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국회의원의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당시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23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친박근혜계 의원도 상당수 동참한 결과였다. 2017년 2월 27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권 의원은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금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그때와 다르다. 권 원내대표는 여론의 압도적 찬성(13일 한국갤럽 조사, 찬성 75%)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표결에서 반대 당론을 사수했다. 이후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라고도 했다. 야당에선 “1명만 반대해도 탄핵소추를 기각시킬 수 있는 현재 6인 체제를 사수하려 하는 것”(법사위 관계)이란 비판이 나온다.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8년 전과 반대라는 야권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환송나온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이 2년 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린 뒤 환송나온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재는 권 원내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쪽이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과 관련, 예전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황교안 권한대행이 양승태 대법원장 몫으로 추천된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반대 주장을 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라 대행으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헌법 원리에 따라 재판관 3명 임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걸 ‘재판 지연’과 동일시 한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6명의 헌법재판관 체제를 두 달간 유지한 건 민주당 책임”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개월 만에 끝내야 할 선거법 재판을 온갖 꼼수로 2년 2개월 걸리게 한 것이야말로 진짜 재판지연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국회가 소추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중에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판사를 고르는 격”이라며 “3인 임명이 불가하다는 건 헌법상 원칙에 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