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끌면 나라가 불안정해진다.”
2017년 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심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의 8년 전 말들이 다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쏟아내는 말들과 180도 달라서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의원은 “박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냐 여부는 중학교만 나와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며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게 국회의원의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당시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23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친박근혜계 의원도 상당수 동참한 결과였다. 2017년 2월 27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권 의원은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지금 권 원내대표의 주장은 그때와 다르다. 권 원내대표는 여론의 압도적 찬성(13일 한국갤럽 조사, 찬성 75%)에도 불구하고 탄핵안 표결에서 반대 당론을 사수했다. 이후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라고도 했다. 야당에선 “1명만 반대해도 탄핵소추를 기각시킬 수 있는 현재 6인 체제를 사수하려 하는 것”(법사위 관계)이란 비판이 나온다.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절차를 지금부터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8년 전과 반대라는 야권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듭 반대 주장을 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라 대행으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며 “헌법 원리에 따라 재판관 3명 임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 걸 ‘재판 지연’과 동일시 한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6명의 헌법재판관 체제를 두 달간 유지한 건 민주당 책임”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개월 만에 끝내야 할 선거법 재판을 온갖 꼼수로 2년 2개월 걸리게 한 것이야말로 진짜 재판지연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국회가 소추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중에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판사를 고르는 격”이라며 “3인 임명이 불가하다는 건 헌법상 원칙에 관한 문제 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