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대진여객 안종성 기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난 11일 산타 복장으로 '산타 버스' 운행에 나서고 있다. 산타버스는 오는 30일까지 운행할 예정이다. 송봉근 기자
“회사나 승객이 싫어할까 봐 사실 처음엔 겁도 났어요. 그런데 하고 보니 정말 보람 있는 일이 됐습니다.”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버스’ 운행에 나선 부산 대진여객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 안종성(47)씨는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가능한 오래도록 산타버스를 몰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몰래 산타’ 버스기사에, 회사는 “고맙습니다”
안씨가 처음 산타가 돼 버스 운전대를 잡은 건 12년 전인 2012년 12월 15일이다. 처음엔 산타 복장만 입은 채로 운전석에 앉아 승객을 맞았다. 그는 “시내버스를 몰면서 산타 차림을 해도 될지 고민스러웠다. 회사나 승객 반응이 어떨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시키지도 않은 피곤한 일을 왜 하려느냐”며 걱정하는 동료도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진여객 안종성 기사가 지난 11일 산타 복장을 한 채 운행하다 어린이 승객들과 손 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때 안씨의 아내와 두 아들(당시 5살, 3살)이 용기를 줬다. 안씨의 아내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응원했다. 당시 안씨가 모는 버스가 마침 집 앞을 지났는데, 가족들이 버스 오는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나와 손을 흔들며 인사도 건넸다. 안씨가 산타복장으로 출근한 첫날, 회사에서도 질책 대신 “이런 생각을 하고 신경 써줘 고맙다”는 인사가 돌아왔다고 한다.
안씨는 2011년 대진여객에 입사했다. 그 이전에는 약 10년간 학원 승합차를 몰았다. 차에 타는 아이들과 교감하는 걸 좋아하는 ‘친절한 기사 아저씨’였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면서 근무 여건은 좋아졌지만 늘 만나던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된 점은 아쉬웠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진여객 안종성 기사가 지난 11일 다양한 소품으로 꾸민 산타 버스를 운행하자 한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는 "내가 모는 버스를 타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시장ㆍ학교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주고 싶어 산타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민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안씨의 목표는 산타버스를 시작하면서 바로 달성됐다. 그는 “버스에 탄 어르신들은 ‘산타가 버스를 몬다’며 반갑게 맞아줬다. 어린 승객들과도 더 많은 웃음을 나눌 수 있게 돼 기뻤다”고 산타버스 운행 첫해를 떠올렸다.
이듬해부터 안씨는 운전석 뒷좌석에 승객이 집어갈 수 있도록 사탕 바구니를 마련하고, 버스 안팎을 트리 장식 등으로 꾸몄다. 버스 안엔 이따금 캐럴도 울려 퍼졌다. 이런 활동이 12년째 이어지는 동안 안씨의 산타버스는 매년 말 부산 시내를 달리는 명물이 됐다.
버스를 꾸미고 사탕 등 비품을 사는 데 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는 "몇년 전부터 회사와 노조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동료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버스 꾸미는 걸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진여객 안종성 기사가 지난 11일 다양한 소품으로 꾸민 산타 버스를 운행하자 승객이 크리스마스 소품을 살펴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안씨는 “승객 중엔 제 복장이나 버스 장식, 캐럴 음악 등을 달가워하지 않은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해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씨가 모는 올해 산타버스(129-1번)는 오는 30일까지 운행된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