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한일전으로 펼쳐진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에서 한국 올스타가 일본 올스타에 대승을 거뒀다.
박정은 BNK 감독이 이끈 한국 올스타는 2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5시즌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페스티벌에서 일본 W리그 올스타를 90-67로 완파했다. 올스타전 메인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 리그 선수들이 맞붙은 건 처음이다.
한일전은 흔히 하는 말로 '가위바위보라도 지면 절대 안 되는' 승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페스티벌'이라는 대회명에 걸맞게 한일 선수들은 경기 내내 코트에서 웃음 꽃을 피운 '화합의 장'이었다. 경기 시작 전 등장 곡에 맞춰 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군 양 팀 선수들은 경기에선 득점 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2쿼터에는 박혜진(BNK)와 김단비(우리은행)가 일본 선수와 유니폼을 바꿔 입고 한국을 상대로 공격하는 '깜짝 이벤트'도 선보였다.
한일전으로 펼쳐진 올스타전은 팬에겐 농구 축제였다. 연합뉴스
3쿼터엔 한국 올스타의 사령탑인 박정은 감독과 코치를 맡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 일본 올스타를 이끄는 블라디미르 부크사노비치(덴소) 감독이 직접 코트에서 뛰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정은 감독은 3쿼터 중반 60-39로 벌리는 3점포를 터뜨려 현역 시절의 슛 감각을 뽐냈고, 위성우 코치는 골밑슛으로 62-39를 만들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WKBL 관계자는 "지난해 4월 WKBL의 라이징 스타와 일본 W리그 올스타가 만난 적 있고, 지난 5월 WKBL 구단 대표 6명이 일본 올스타전에 게스트로 참가하는 등 두 나라는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덕분에 '승부'보단 '즐기는 분위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우수선수(MVP·상금 200만원)도 각 팀에서 한 명씩 선정됐다. 한국에선 14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한 하나은행의 센터 진안이 기자단 투표 총 71표 중 46표를 얻어 MVP에 올랐다. 진안은 이날 등장부터 긴 머리카락 가발을 쓰고 나와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댄스를 따라 췄다. 3쿼터에는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에 나서는 등 원맨쇼를 펼쳐 베스트 퍼포먼스상(상금 100만원)도 수상했다. 대만 출신 진안(대만 이름 쉬샤오통)은 15세 때 수원여고로 전학 오면서 귀화한 선수다. 당시 수원여고 진병준 감독의 성에 어머니가 '한국에서 항상 평안하게 지내라'는 의미로 지어준 안(安)을 붙여 '진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진안은 "퍼포먼스상은 욕심냈지만, MVP는 예상하지 못해서 수상 소식에 많이 놀랐다. 팬에게 즐거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열심히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발을 쓰고 치어러더와 함께 춤 춘 건 즉흥적이었다. 끼를 발산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웃었다. 일본 올스타에선 팀 내 최다 11점을 올린 오카모토 미유(도요타·38표)가 MVP를 받았다. 오카모토는 "한일전이 주는 부담은 없었다. 축제라고 생각해 즐겼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하프타임과 3쿼터 이후 팀 대결 방식으로 진행된 3점 슛 콘테스트와 스킬 챌린지 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