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3 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폭풍 속에서 ‘내란·김건희 특검’ 재의요구권 요청, 헌법재판관 임명과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3중 딜레마에 빠졌다. 특검법엔 반대하지만 재의요구권 요청에는 신중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해도 “장관은 임명해야 한다”고 하는 등 국민 여론과 진영 논리 사이에서 외줄 타기가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안보 협의 위한 여야정협의체 참여 결정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내란·김건희 특검법 일부 조항을 위헌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내란 혐의 수사를 막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재의요구권 요청에 신중한 태도다.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국정과 여당을 마비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속셈이 깔려 있다”며 “위헌적 소지가 명백한데 거부권을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12일 국회에서 통과한 두 특검법이 여당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 1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정한 것이 “고발 주체가 수사 주체를 선정하는 위헌 법률”이라는 입장이다. 또 내란 특검법의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등이 수사·재판에 필요한 증거 수집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수사와 무관한 국가 기밀의 공개는 제한돼야 한다”(유상범 의원)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두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요청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만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원내 관계자는 “당을 겨냥한 수사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에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 내란 특검법에는 국회의원의 계엄령 해제 방해 의혹이 수사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당론 반대” 입장에도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각각 5명(내란 특검법)과 4명(김건희 특검법)의 찬성표가 나왔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3명의 헌법재판관 추천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권 원내대표는 줄곧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가원수의 권한이라 권한대행은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만약 한 권한대행의 임명권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이 진행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리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당내에서도 한 대행이 19일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20일 한 대행에게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임명해야 한다”며 인사권 행사도 요청했다. 율사 출신 의원은 “이미 재의요구권으로 소극적 권한을 행사했는데 국회 추천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가 탄핵 심리 지연이 목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24건의 탄핵안을 남발하면서 국회 몫 3명의 임명 지연 시킨 것은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외를 막론하고 비대위원장 적임자를 물색해 왔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탄핵 반대 이미지가 부담이지만 당내에선 나경원·권영세 의원 등 중진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희숙 전 의원 등 원외 경제전문가도 거론되지만 안정감을 가지고 당을 수습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후 친윤, 비윤은 없다”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분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