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이기흥, 체육회장 3선 출마…체육계 "권력 못 놓겠다는 것"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각종 논란을 딛고 3선을 위한 깃발을 올렸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42대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16년 통합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첫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의 2021년 재선에 이은 3연임 도전이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재정 자립과 자율성 확보 ^균형 잡힌 체육시스템 구축 ^독립적이며 신뢰 받는 거버넌스 구축 등을 체육회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핵심 키워드로는 ^독립 ^최적화 ^협력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체육회를 포함한 체육계 상황을 재단하다보니 온당치 못한 흐름과 결과가 나왔다”고 언급한 그는 “(임기 연장을 통해) 체육인들이 보다 존중받는 사회와 구조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3선 의지를 공식화 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뉴스1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3선 의지를 공식화 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뉴스1

 
이 회장은 체육계 부조리의 정점에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의 조사 결과 업무방해,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여러 가지 혐의가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이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과 검찰은 이 회장 자택과 체육회 사무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압수수색하며 전방위 압박 중이다.

3선 도전 의사를 밝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3선 도전 의사를 밝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체육계 안팎의 부정적인 기류에도 불구하고 임기 연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정부와 감사원, 검찰, 경찰까지 나서서 나와 주변인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이제까지 잘못이 확인된 게 단 하나라도 있느냐”면서 “나를 둘러싼 온갖 구설과 비위 혐의에 대해 얼마든지 해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을 비판하는 체육인들은 “연간 440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80여개의 회원 종목 단체, 17개 시도체육회, 225개 시군구체육회를 관장해 ‘체육대통령’이라 불리는 막강한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라 꼬집는다.

이 회장은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3선 불출마 권유와 함께 다른 분야에서 역할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면서 “체육인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정중히 거절했는데, 그 이후로 수사의뢰, 직무정지, 압수수색 등 제제 조치가 연이어 날아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회 직원들이 내 연임을 반대하는 건 각종 조사와 수사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에 압장하는 이기흥 회장. 뉴스1

기자회견장에 압장하는 이기흥 회장. 뉴스1

지난 8년간 체육회를 이끌며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진 이 회장이 조직력에서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출마한 이른바 ‘체육계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를 모색 중이다.  

오는 1월14일 선거를 앞두고 이 회장의 대항마를 자처한 후보는 총 7명에 이른다.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태선(75) 전 서울시체육회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 안상수(78) 전 인천시장,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39)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등이다. 이들 중 박창범, 강신욱, 안상수, 강태선 등 4명의 후보자가 지난 22일 회동을 갖고 오는 25일까지 단일화 해법을 찾기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