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탄절에 ‘영토 욕망’ 노골화…그린란드·캐나다에 ‘군침’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함께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최근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파나마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할 대사를 지명했다. 또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욕과 캐나다의 미 51번째 주(州) 편입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그저 빈말이 아니라 팽창주의 속성이 깔린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의도적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운하 갈등’ 파나마에 충성파 대사 지명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가 운하를 통해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를 맡을 것”이라며 “그는 파나마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환상적인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정강위원인 카브레라는 친트럼프 싱크탱크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의 플로리다지부 사무국장으로 있는 ‘마가(MAGAㆍ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위대하게) 충성파’ 인물이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이 100여년 전 막대한 돈을 들여 운하를 건설했지만 터무니없고 불공평한 수수료를 내고 있다며 파나마 운하를 잘못된 손에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대한 기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파나마 운하를 완전히 미국에 돌려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발언 의도는 운하 통행료 인하를 유도하거나 중남미 인프라에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성탄절인 이날 별도 글을 통해 “파나마 운하를 정성스레, 하지만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중국의 군인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의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의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 “미국 우선주의에 팽창주의적 요소”

다만 파나마 운하에는 미국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국가 안보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 있어 트럼프 얘기를 단순한 수사(修辭)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NYT의 외교안보 전문 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통제하려는 트럼프의 바람-이번에는 농담이 아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 철학에는 팽창주의적 요소가 있음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미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의 영토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은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권이 필요하다”고 했던 트럼프는 이날 다시 소유욕을 노골화했다. 그는 성탄절 메시지에서 “미국이 국가안보 목적으로 필요로 하며 미국이 그곳에 있기를 바라는 그린란드 사람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미국의 국가안보와 전 세계 자유를 위해 미국의 그린란드 소유ㆍ지배가 필요하다”며 켄 하워리 전 주스웨덴 대사를 주덴마크 대사로 지명했었다.


인구 5만6000명에 면적 2166㎢로 호주를 빼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북극권과 대서양을 잇는 군사 전략적 중요도가 크고 희토류 등 미개발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주덴마크 대사 지명과 함께 그린란드 지배욕을 드러내자 덴마크 국방부는 하루 뒤 그린란드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에도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매입하자는 주장을 폈지만 덴마크는 물론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트럼프 “캐나다, 미 51번째 주 되면…”

2019년 12월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동쪽 왓퍼드 한 호텔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019년 12월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동쪽 왓퍼드 한 호텔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캐나다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SNS 글을 통해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그의 국민들은 너무나 많은 세금을 내지만 캐나다가 우리의 51번째 주가 되면 세금이 60% 이상 깎이고 기업 규모는 즉시 두 배가 될 것이며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군사적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를 만났다면서 “난 그에게 ‘왜 캐나다 총리로 출마하지 않느냐. 이 자리는 곧 캐나다 주지사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당신은 쉽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ㆍ옛 트위터)에 올린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모든 미국 국민에게 성탄절 축하 인사를 드리게 돼 영광”이라며 “오늘, 그리고 항상 우리 나라를 위한 나의 희망은 우리가 계속 자유와 사랑, 친절과 연민, 존엄과 품위의 빛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