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인 메이는 아들의 정치와 사업에 대한 야망을 중국에서 은밀히 실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내 ‘실버 인플루언서’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메이의 인기는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메이는 이달에만 항저우에서 열린 갈라 디너쇼 참석, 우한의 화장품 회사에서 레드카펫 행사 초청, 자신의 책 『여자는 계획을 세운다(A Woman Makes a Plan)』의 중국어판 출판 기념회 사인회 참석 등으로 중국에서 화려한 일정을 보냈다.
메이는 중국 브랜드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 가전 회사인 오포, 올해는 중국 매트리스 브랜드인 아이즈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실버 패션 모델로도 유명한 메이는 최근 중국 패션 브랜드 JNBY의 항저우 쇼에서 런웨이에 섰다.
그의 중국 내 인기는 소셜미디어 팔로어 숫자로도 입증된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小紅書)에서 메이의 팔로어는 57만7000명이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Douyin, 抖音)에선 35만6000명, 웨이보(중국판 X)에선 4만62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가디언은 메이의 인기몰이가 처음에는 아들의 명성에 기댄 측면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메이 자신의 인생 스토리와 매력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억만장자 아들을 둔 눈부신 외모의 소유자’란 사실에 주목하지만, 나중엔 메이가 가정폭력 피해를 극복하고 세 자녀를 억만장자로 키워냈으며 결국 자신도 세계적인 수퍼모델로 변신했단 사실에 찬사를 보낸다는 것이다.
메이는 실제로 과거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 남편 에롤 머스크와 신혼여행에서 구타를 당해 “멍이 들고 임신한 상태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공개했고, “일론은 매우 폭력적인 집에서 자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 남편 에롤은 가정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 팬들은 메이를 향해 “가정에서 학대받던 여성의 놀라운 변신”이라며 “그의 인생은 어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더 흥미진진하다”고 열광했다. 또다른 팬은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메이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말 고무적인 인생 스토리”라고 전했다.
중국의 소비 시장 분석가인 장야링은 “중국의 MZ세대 여성들은 우아하게 나이 드는 60~90대 노인을 롤 모델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메이의 팔로어 가운데 85%가 이같은 젊은 여성”이라고 밝혔다.
메이, 테슬라 FSD 테스트 허가도 물밑 지원
하지만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항공 기업 스페이스엑스와 미 국방부와의 관계 때문에 종종 중국에서 논란에 휩싸여왔다. 또 머스크의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BYD 자동차의 최대 경쟁자로 중국의 견제 대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메이는 지난달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사진을 ‘하트 눈’ 이모티콘과 함께 그의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최근 머스크가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출시를 허용받기 위해 중국 당국자들을 설득할 때도 메이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아들을 적극 지원했고 결국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은 메이가 중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한지 불과 몇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선 1970년대 미·중 간 경제적·외교적 교류의 장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1923~2023)를 수식하던 ‘라오펑요’로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