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라며 경제수장 탄핵? 野 '계엄반대' 최상목 딜레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앞두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앞두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헌법재판관 임명과 특검 공포를 촉구했다.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상정하고, 차기 권한대행에 대한 선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한 총리가 탄핵당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즉시 국회 몫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와 내란·김건희 특검 공포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최 부총리가 경제 관료로서 오래 일했으니 어떤 선택이 국가 경제를 안정화하는 방안인지 알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대행의 권한은 즉시 정지되고, 규정에 따라 최 부총리가 대행을 이어받는다.

언뜻 보기엔 민주당의 의지대로 정국을 요리하는 셈이지만, ‘최상목 체제’를 맞이하는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 부총리 역시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를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재차 탄핵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 이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임명안을 미룰) 가능성을 전혀 염두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그 상황이 된다면 사실상 내각 총사퇴 수준의 국무위원 탄핵에 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라는 연이은 탄핵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법률이나 규정에도 없는데, 임명을 미룬다고 탄핵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최 부총리는 12·3 계엄에 반대해 한 대행처럼 내란죄와 결부시키기도 어렵다.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를 탄핵 사유로 내세우기도 곤란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최 부총리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25일 “최 부총리는 (계엄 직전 회의에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냈다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등을 문제 삼아 권한대행 당시 행위만 탄핵소추 사유로 적시할 경우에는, 대통령에 준하는 의결정족수(재적 3분의 2 이상·200석)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에도 부딪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기도 부담이다. 민주당이 “경제 위기 극복”을 외치는 상황에서, 경제 수장을 끌어내리는 것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먹사니즘’을 내세우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계엄 사태 이후 민생경제 회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도 “12·3 사태 때문에 소비심리가 코로나 팬더믹에 비견될 정도로 최악”이라며 “삶과 죽음 경계를 헤매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대통령 대행, 총리 대행, 기재부 장관 1인 3역을 시키느냐”며 “이게 바로 내란 조장”이라고 비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위원들과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근 국회 상황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위원들과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최근 국회 상황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된 경제 시스템과 대외 신인도가 또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 제고를 촉구했다.

최 부총리마저 탄핵을 당할 시에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대대행’을 맡게 된다. 야권에서는 이 장관으로 대행이 넘어가면 민주당이 원하는 헌법재판관 임명 및 특검 공포가 더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치의 불확실성이 경제로 이어지는 걸 아는 최 부총리가 그나마 한 총리와 다른 선택을 하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