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씀씀이가 줄며 패션업계 전반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애슬레저(athleisure, 운동과 여가의 합성어) 브랜드인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운동을 생활화하는 이들이 늘며 러닝·골프·요가 등을 위한 스포츠웨어가 일상 옷차림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주로 2030 여성에게 사랑받던 이들 애슬레저룩은 편안함과 활동성을 무기로 남성복, 겨울철 아우터 등으로 확장되며 전 세대를 공략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도 K레깅스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인기 식지 않는 애슬레저
안다르의 연구개발(R&D) 조직인 ‘안다르 애슬레저 이노베이션 랩’(안다르 AI랩)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조원에서 올해 1조570억원으로 성장했다. 엑스코퍼레이션(젝시믹스 운영사)과 에코마케팅(안다르 운영사)에 따르면 이들 브랜드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각각 1977억원, 17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올해 연간 매출 또한 지난해 실적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지난해 제시믹스와 안다르는 각각 2326억원, 20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제품군 늘리고 범용성 높이고
이들 브랜드는 정장, 점퍼류, 언더웨어 등 제품군을 확대하며 애슬레저룩의 저변을 넓힌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안다르AI랩은 “올해 애슬레저 업계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확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다양한 소비자의 필요에 맞게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범용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3분기 젝시믹스 실적에서 남성복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처음 남성복을 출시했던 지난 2020년(약 5%)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정장, 골프웨어, 패딩, 언더웨어 등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한 덕분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측은 “출근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모 소재 조거팬츠와 슬랙스 등을 구입하는 남성 고객이 늘었다”며 “남성 러너를 위한 기모 레깅스 수요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안다르가 내놓은 에어데님 라인도 출시 1년 8개월 만에 8만장을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에코마케팅 측은 “일상복으로 선호도가 높은 데님에 기능성을 더한 제품으로 매달 4000장 이상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성 앞세워 해외로
국내 토종 애슬레저 브랜드는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등에 2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젝시믹스는 올들어 해외 매출이 70% 이상 증가했다. 현재 10개 매장이 있는 중국의 경우 내년 말까지 단독 매장을 1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안다르는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안다르는 해외 매출로 22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5% 늘어난 수치다. 내년에는 애슬레저 고객층이 넓은 호주에 물류 체계를 확충하고 미국에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