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 후 여권에서 휴대전화 교체와 텔레그램 재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
강 의원 외에도 일부 대통령실 출신 의원을 비롯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와 관련 의혹이 불거진 A의원 등이 최근 텔레그램에 재가입했다. 아예 카카오톡 계정을 새로 만든 의원도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통령 혹은 계엄 사태와 연루된 이들과 대화한 내용이 부담됐을 것”이라며 “단체 대화방을 나가는 의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캠프 관계자들이 보안성을 이유로 즐겨 사용한 메신저 앱이다. 국내에 서버가 있는 카카오톡과 달리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가 있기 때문에 수사 기관이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대통령실도 업무용으로 텔레그램을 자주 사용해왔다. 하지만, 계엄 사태 후 사정 기관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오히려 부담을 느끼며 탈퇴·재가입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고위급 인사들도 계엄 이후 줄줄이 휴대전화를 바꾼 것이 확인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8일 새벽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자진 출석하기에 앞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텔레그램 계정도 탈퇴 후 새 계정으로 등록한 뒤였다. 김 전 장관은 출석 후 곧바로 긴급체포됐지만, 검찰은 김 전 장관의 ‘깡통폰’을 압수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주현 민정수석도 계엄 후 나흘 뒤인 7일 휴대전화를 바꾼 것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의 첫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날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37분, 김 수석은 오후 2시 36분에 각각 휴대전화 기종을 바꿨고, 텔레그램도 새 계정으로 가입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이완규 법제처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교체를 두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처장은 이날 “불편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며 박 장관, 김주현 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4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휴대전화를 바꾼 사실을 인정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수사 대비한 거잖아요. 솔직히 말하세요”라고 추궁하자 이 처장은 “그렇게 질책하면 달게 받겠다”며 “(안가에서) 모의한 내용이 없었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서면으로 “휴대폰을 (수사 기관에) 제출하면 업무 공백이 생겨 가족사진과 은행 업무 자료를 등을 (새 휴대전화에)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게 “체포를 안 하니 휴대전화를 교체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재촉했다.